[국회 본회의 16일로 연기] 李(이완구)를 어쩌나 文의 선택은… 문재인號 출범 첫 시험대

입력 2015-02-13 03:50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서류로 입을 가린 채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의총에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의 여당 단독 처리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통과시키기도, 낙마시키기도 애매한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다.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는 흠결이 많지만 야당이 끝까지 반대투표에 나서서 낙마할 경우 충청발(發)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은 문 대표에게는 ‘고육지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이 후보자에 대해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해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완구와의 전면전’에는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문 대표는 이날 취임 이후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했지만 이 후보자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기본적으로 원내대표부가 청문위원들과 함께 결정할 사안”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가 본회의 연기 카드를 꺼낸 것은 16일까지 남은 4일 동안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 악화를 기대해보자는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일방 처리를 일단 저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4일간의 ‘휴지기’ 동안 이런저런 대응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당내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130명의 소속 의원 중 80여명만 참석했다. 새누리당과 표 대결에 나서더라도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비노(비노무현)계의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이 의총에 불참한 점도 문 대표에겐 적잖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남은 4일 동안 표결에 불참할지, 반대투표를 할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도 선택이 쉽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표결 불참은 이 후보자에 대한 간접적 반대, 반대투표는 직접적 반대 의사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며 “표결로 반대할 경우 당이 이 후보자 개인을 겨냥하는 모습이 돼 문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이날도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표의 ‘호남총리’ 발언을 맹비난하며 ‘호남 대 충청’ 프레임을 짰다.

한 재선 의원은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로 냉각되고 있는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문 대표 리더십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