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통과시키기도, 낙마시키기도 애매한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다.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는 흠결이 많지만 야당이 끝까지 반대투표에 나서서 낙마할 경우 충청발(發)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은 문 대표에게는 ‘고육지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이 후보자에 대해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후보자에 대해 “두 번의 (총리 후보자) 낙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라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완구와의 전면전’에는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문 대표는 이날 취임 이후 첫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했지만 이 후보자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기본적으로 원내대표부가 청문위원들과 함께 결정할 사안”이라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가 본회의 연기 카드를 꺼낸 것은 16일까지 남은 4일 동안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 악화를 기대해보자는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일방 처리를 일단 저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4일간의 ‘휴지기’ 동안 이런저런 대응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당내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130명의 소속 의원 중 80여명만 참석했다. 새누리당과 표 대결에 나서더라도 불리한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비노(비노무현)계의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전당대회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이 의총에 불참한 점도 문 대표에겐 적잖은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남은 4일 동안 표결에 불참할지, 반대투표를 할지를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도 선택이 쉽지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표결 불참은 이 후보자에 대한 간접적 반대, 반대투표는 직접적 반대 의사 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며 “표결로 반대할 경우 당이 이 후보자 개인을 겨냥하는 모습이 돼 문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이날도 기자회견을 열어 문 대표의 ‘호남총리’ 발언을 맹비난하며 ‘호남 대 충청’ 프레임을 짰다.
한 재선 의원은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로 냉각되고 있는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문 대표 리더십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국회 본회의 16일로 연기] 李(이완구)를 어쩌나 文의 선택은… 문재인號 출범 첫 시험대
입력 2015-02-13 0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