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강모(40)씨는 지난해 주소를 경북 K군으로 옮겼다.
공무원인 형이 전입인원을 할당받았다며 주소이전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사는 곳이 대구인데 주소지를 옮기는 게 이상하다고 했더니 형은 다른 공무원들도 다 이런 식으로 할당된 실적을 채우고 있다고 말해 어쩔 수 없었다. 강씨는 결국 학교를 다니는 자녀 둘은 놔두고 자신과 아내만 주소를 옮겼다.
대구시 관계자는 13일 “위장전입 유혹에 빠지는 자치단체들이 있을 정도로 인구 늘리기는 정말 지자체들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인구 유입 요인이 많지 않은 농어촌지역 지자체들에는 인구 늘리기가 특히 ‘발등의 불’이다. 적정 인구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정책 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구 늘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위장전입까지 불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무원과 학생들의 주소지 이전 권유, 출산장려금 지원, 귀농·귀촌인 모시기 등 각종 대책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대학 향토생활관’으로 효과 거둔 칠곡군=경북 칠곡군은 ‘교육 수요’를 잡아낸 발 빠른 정책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칠곡군은 대구·경북지역 4년제 대학 ‘향토생활관’(기숙사)에 지역학생들이 우선 입주토록 지원했다. 대학에 발전기금을 출연해 기금 1000만원당 1명씩 칠곡 출신 학생들을 기숙사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칠곡군은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등 6개 대학과 칠곡 출신 학생들을 향토생활관에 우선 입주시키는 협약을 체결했다. 우선 입주권을 확보한 인원은 180명으로 도내 지자체 중 가장 많다.
기숙사가 자취·하숙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 데다 안심하고 지낼 수 있어 학부모들은 물론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 같은 지원책은 학생들의 유출을 막고 유입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출산장려금 지원 등 다른 정책보다 확실한 효과를 가져와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도청 이전과 지하철 연장으로 행복한 안동·경산시=안동시는 올해 이전하는 경북도청 덕을 톡톡히 봤다. 신도청 시대를 맞은 안동시 인구는 6년째 늘어나고 있다.
인구가 35년간 줄어들기만 하다 2009년 132명이 늘어나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2010년 454명, 2011년 271명, 2012년 145명, 2013년 159명, 2014년 236명 등 6연 연속 인구가 늘었다.
각종 공사업체 직원들의 ‘안동주소 갖기 운동’ 추진, 안동 바로알기 지원조례 제정으로 대학생 전입 유도, 신도청 소재지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경산시 인구는 26만1191명으로 시·군 통합 당시인 1995년 16만6510명에 비해 56.9%(9만4681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북도 내 인구가 277만5922명에서 274만8589명으로 2만7333명 감소한 가운데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했다.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대구지하철 2호선 경산 연장 등 편리한 교통 인프라 구축을 통한 접근성 향상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12개 대학과 170여개의 대학부설연구소, 50여개의 평생교육기관이 잘 어우러진 교육 인프라 구축도 한몫했다.
최영조 경산시장은 “올해부터는 셋째 이상 어린이들 대상으로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북스타트(Bookstart)’ 사업도 시작했다”며 “이 사업도 인구 증가에 한몫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자율적 전입목표제’ 도입과 출산지원금 지급=많은 지자체들이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앞 다퉈 현금공세를 펴고 있다.
경기도 연천군은 전 공직자가 개인별 1인 1가구 이상 전입을 유도하는 ‘공무원 자율적 전입목표제’를 추진하고 있다. 군정 방침을 아예 ‘1000명 이상 인구 증가’로 정했다.
연천군은 2013년 관내 유관기관, 군부대, 기업체, 단체, 사업장 직원 중 관외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부서별로 담당기관을 지정하고 ‘내 고장 내 직장 갖기 운동’을 추진했다. 이 결과 822명을 전입시키는 성과를 일궈냈다.
가평군은 자녀 출산 및 입양 축하금 액수를 높이고 출산뿐 아니라 입양할 경우에도 지급한다.
둘째는 기존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셋째는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렸고 넷째 이상은 1000만원을 지원한다.
강원도 횡성군과 정선군도 셋째 자녀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 횡성은 1080만원, 정선은 1230만원이다. 정선은 1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고 횡성은 3년 동안 지급한다. 출산장려금은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면 지원이 곧바로 중단된다.
출산장려금까지 내걸었지만 성과를 내는 게 쉽지는 않다. 횡성군은 지난해까지 횡성에 주소를 둔 부모가 횡성에서 아이를 낳으면 첫째 20만원, 둘째 50만원, 셋째 이상은 720만원(올해 1080만원으로 확대)을 지급했다. 그러나 2010년 284명이던 출생아 수가 2013년 209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77명으로 줄었다. 횡성군 관계자는 “1년 내내 아기울음이 한 번 들리지 않는 마을이 많을 정도로 출산율 저하에 따른 농촌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대 장병가족까지도 군민으로 전입=접경지역에 위치한 화천군은 공무원, 지역 군부대 장병과 가족을 대상으로 ‘군부대 군민화(郡民化) 운동’ 등 다양한 묘책을 추진했다.
화천에 주둔하고 있는 7·15·27사단과 협력해 군 간부들의 전입을 적극 독려했고 그 결과 한 달간 1000여명이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경북 영양군은 ‘아기탄생 기념나무행사’로 출산을 독려하고 있다. 태어난 아기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산책로, 탐방로, 쉼터 등 친환경적으로 잘 가꿔진 삼지연꽃테마공원에 식수된 나무를 지정한다. 이어 엄마 아빠의 소망을 담은 아기이름표를 심어 출산가정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냈다.
군이 적극적인 육아지원 정책을 펼친 결과, 2009년 77명이던 출생아 수가 2013년 105명으로 늘어났다. 가임여성 인구수가 적은 영양군에서 신생아가 늘어난 것은 기적을 만든 것이다. 대구=김재산 기자, 전국종합 jskimkb@kmib.co.kr
[지자체 ‘인구 늘리기’ 올인] 늘리고 모시고 조이고… 주민수 늘릴 ‘수 찾기’
입력 2015-02-14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