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만세! 나도 이제 초등학교 졸업한다! 김평수 만세!”
부산 반여동 삼어초등학교 내 ‘새빛교실’ 최고령 졸업생인 김평수(78)씨는 12일 오전 마지막 수업을 마친 뒤 감격에 겨워 이처럼 외쳤다.
김씨는 김주 지도교사의 손을 잡고 “졸업장 한 장 때문에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나 많았다”며 “이제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하며 여생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새빛교실은 부산지역 9개 성인(成人) 문해교실 가운데 한 곳이다. 학생은 25명이고 교사는 교장을 포함해 3명이다. 성인 문해교실은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6·25전쟁 세대가 뒤늦게 한글을 배우는 초등학교 학력인정 과정이다.
배우지 못한 한을 품고 살아온 늦깎이 초등학생들은 문해학교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다니는 가장 행복한 학교”라고 입을 모았다.
이수자(70·여)씨는 “어릴 때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 가는 것을 보고 숨어서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 글을 몰라 겪는 마음 아팠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좋은 선생님들의 친절한 가르침으로 이제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덕자 교장은 “못 배운 한을 푼 늦깎이 학생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들의 열정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2011년부터 문해교실을 시범 운영한 뒤 2012년부터 1∼3단계 과정으로 학생들을 모집했다. 모두 9개 학교에 197명이 매주 두 차례 한글교육을 받았다. 여학생 192명, 남학생 5명의 평균 연령은 67세이고 최고령자는 87세였다. 이들은 13일 부산교육연구정보원에서 합동졸업식을 갖는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배움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공부한 어르신들이 자랑스럽다”고 축하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부산 성인 문해교실, 늦깎이 학생 197명 눈물의 졸업식
입력 2015-02-13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