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민자본주의의 초상, 조현아 사태가 남긴 것

입력 2015-02-13 02:41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재벌 3세의 슈퍼 갑질에 대한 사법부의 엄정한 단죄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는 12일 이 사건 선고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언도했다.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5가지 가운데 주요 혐의 4가지가 유죄로 인정됐다. 특히 항로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어 최대 쟁점이 됐던 항공기항로변경에 대해 법원이 검찰의 법리적 해석을 받아들였다. 활주로로 이동하던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도록 한 곳이 공로(空路)가 아닌 지상로이지만 지상 부분도 항로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의 형량이 집행유예가 될지, 실형이 될지가 관심을 모은 가운데 법원은 엄격한 법집행을 택했다. 그간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데다 회항 책임을 기장과 승무원들에게 전가하는 등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번 사태를 인간의 자존감을 짓밟은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만 있었다면, 직원을 노예처럼 부리지 않았다면, 승객을 비롯한 타인에 대한 공중의식이 있었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을 사건”이라고 따끔하게 훈계했다. 지극히 비상식적인 행위로 국가위신도 추락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제 1심 재판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우리는 이번 사태의 진정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그냥 특정인에 대해 공분만 하고 단죄만 해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비인격적 갑을문화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갑질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악용한 천민자본주의의 병폐다. 비뚤어진 기업문화와 천박한 사회문화에 기인한다. 재벌 오너 일가들이 회사를 소유물로, 직원을 머슴처럼 여기는 전근대적 기업관과 잘못된 기업문화는 뜯어고쳐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상대를 배려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문화행태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갑질문화를 청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조현아 사태가 남긴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