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뒷짐만 진 사이 시중은행들이 고객 계좌를 부당하게 휴면예금으로 처리해 1000억원이 넘는 예금이 소멸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3∼4월 공공부문 불공정관행 특별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시중은행 17곳은 2007년 9월부터 2013년 말까지 예금 만기일 또는 최종 거래일로부터 5년간 거래가 없는 예금 5744억원을 휴면예금으로 처리했다. 휴면예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예금으로 은행은 이를 수익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2012년 8월 최종 거래일에서 5년이 지났어도 정기적으로 이자가 지급된 계좌는 휴면예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은행 감독권을 가진 금융위원회는 이 판결 이후 1년7개월이 지나도록 은행들의 부당 휴면 처리를 중단하거나 예금으로 복구토록 지도·감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5년간 이자 지급마저 중단된 1055억원 상당의 예금이 법적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며 이후에도 소멸 액수가 불어나는 실정이다.
감사원은 국세청이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를 실시한 2006년부터 A은행이 전산시스템 미비를 이유로 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상환액 소득공제 대상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했다. LH공사와 SH공사는 2011∼2013년 설계용역대금 239억원을 늦게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들 사례에 대해 담당자의 징계를 요구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고객 돈 1055억 휴면예금 부당처리… 은행이 꿀꺽
입력 2015-02-13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