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금융 내분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금융 당국이 금융사와 임직원의 제재 수위를 심의하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와 관련해 어정쩡한 대책을 내놨다. 당국은 내분사태 당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오락가락 결정’으로 논란을 자초했던 만큼 금융위의 의결권을 제한해 제재심의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제재심 위원들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 금융위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재 심의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속기록 수준으로 관련 논의사항을 자세히 공개하기보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한해 제한적으로 논의사항을 공개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제재심의위원회 개편방안’을 12일 발표하고 금융위 직원(안건 관련 국장 또는 과장)이 제재심에 참석할 때 발언권은 행사하되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제한키로 했다고 밝혔다. 평소 회의 때는 금융위 간부가 기권표를 행사하는 식으로 의결권을 제한하고, 의견이 4대 4로 맞설 경우 위원장(금감원 수석부원장) 요청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위원 6명과 당연직 위원 3명 등 9명으로 구성되는 제재심에서 당연직 위원 중 1명이 금융위 몫으로 배정된다. 제재심이 제재를 결정하는 기구로 인식되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금감원장 자문기구’라는 문구도 규정에 포함키로 했다.
제재심 논의결과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한해 제재 대상자나 제재수위 등 핵심 내용을 제재심 직후 언론에 간략하게 공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지만 제재심에서 어떤 발언이 오갔는지에 대해 속기록 수준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리지 않을 방침이다.
개선방안에서는 또 민간위원 수를 늘리고 전문성을 강화키로 했다. 현재 6명인 민간위원을 2배 늘려 12명 풀 체제로 운영하고, 위원 명단도 금감원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금감원, 제재심 참석 금융위 인사엔 의결권 제한
입력 2015-02-13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