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펜은 칼보다 강합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함부로 펜을 휘둘러선 안 됩니다.”
세계적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가 ‘펜과 칼’에 대한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샤를리 엡도’ 테러 사태 이후 불거진 표현의 자유 논쟁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하루키의 발언은 12일 인터넷에 공개된 ‘대중과의 이메일 일문일답’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이 이벤트는 세계 3만여 독자가 보낸 질문 중 하루키가 몇 개를 선택해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요.
후쿠오카에 사는 27세 여성 독자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묻고 싶은 게 있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보낸 질문에 하루키는 어렵게 대답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물론 펜은 칼보다 강하죠”라면서도 “하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테러도 있었고요. 펜을 쓸 때에는 신중해야 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하루키는 글이 종종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면서 펜을 쥔 자는 이를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저는 평소 ‘펜을 너무 세지 않게 쓴다’고 의식하고 글을 씁니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죠”라며 “하지만 이는 어려운 일이어서 무엇을 쓰든 그로 인해 상처를 입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해치는 글을 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이것은 글을 쓰는 인간에게 중요한 윤리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샤를리 엡도 사태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으로 발전했습니다. 서방 만평가들과 시민들은 항의 만평을 그리거나 펜을 든 채 침묵시위를 벌이며 테러를 비판하고 샤를리 엡도의 펜을 지지했습니다. 언론인 12명을 숨지게 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무차별한 테러에 쿡기자도 분개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해시태그(#CharlieHebdo)를 달아 피해자를 추모했죠. 샤를리 엡도 필립 발 편집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웃음을 극단주의자들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테러가 표현의 즐거움을 앗아가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샤를리 엡도의 극단적 표현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합니다. 건전한 비판은 환영하지만 악의적인 조롱은 제한돼야 한다는 주장이었죠. 하루키 발언은 이 주장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합니다. 하지만 내 웃음을 위해 극단적인 조롱을 일삼거나 내 명예를 위해 총을 쏘는 테러는 근절되길 바랍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친절한 쿡기자] 20대 독자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세요?’… 하루키 “요즘은 단언하기 힘들다”
입력 2015-02-13 02:58 수정 2015-02-13 1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