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신라시대 때 ‘진흙 주머니’ 벽골제서 원형 그대로 첫 발견

입력 2015-02-13 02:56
김제 벽골제 보축제방에서 드러난 초낭. 얼핏 돌처럼 보이지만 진흙이 든 주머니가 굳어진 모습이다.문화재청 제공

김제 벽골제에서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보강 시설인 ‘보축제방(補築堤防)’과 ‘초낭(草囊)’이라고 불리는 풀로 만든 진흙 주머니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7세기 전후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전북문화재연구원(이사장 최완규)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수리시설로 알려진 벽골제의 용골마을 구간에서 발굴조사를 벌인 결과, 제방 동쪽에서 보축제방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확인된 보축 제방은 길이 약 75m, 너비 약 34m로 곡선으로 진행한다.

이 보축제방 성토층(흙다짐층) 하부에서는 초낭이 다수 발견됐다. 남서에서 북동 방향으로 열을 맞추어 배치된 초낭은 연약한 지반을 견고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초낭은 일본 카메이 유적(7∼8세기) 등에서 확인된 바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원형이 온전한 형태로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연구원의 진만강 조사과장은 “초낭에 대한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7세기 전후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통일신라 원성왕 6년(790)에 전주 등 7개 주(州) 사람들에게 벽골제를 증·수축하게 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과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초낭 안에서는 흙과 함께 볍씨, 복숭아씨가 출토됐다. 또 그 아래층에서는 담수 지표종인 마름(한해살이 물풀)이 발견돼 벽골제가 과거 담수지(淡水池)였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이런 조사 결과는 벽골제가 저수지가 아니라 해수가 흘러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해안방파제라는 학계 일각의 주장과 배치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