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에도 수준이 있다. 해학이 곁들여진 비판이라면 듣는 이가 기분 나쁘더라도 적극 반격할 수 없다. 어설프게 대거리했다가는 수준과 내공이 비교되기 때문에 낭패 보기 십상이다. 수준 이하의 비판이나 욕이라면 아예 대꾸를 안 해도 된다. 저렇게 싸가지 없이 말을 하냐고 남들이 알아서 판단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증오 섞인 비판이나 욕은 섬뜩하다. 요즘 일본에서 확산돼 가는 혐한 시위에서는 한국인을 지칭해 ‘조센징 죽여라’ ‘바퀴벌레 같은 놈’ ‘똥 같은 놈들’이라는 구호가 등장한다. 이른바 ‘헤이트 스피치’는 국적, 인종, 성, 종교, 정치적 견해, 사회적 위치 등에 대해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발언을 말한다. 이는 폭력이나 테러 등의 극악한 범죄행위로 구체화된다. 서구에서는 이같이 구체화된 증오범죄를 따로 구분해 규제할 정도로 심각히 취급한다.
증오는 선동하고 편을 가르는 데 유용하다. 일부 사람들에게 확실한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악용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에서 증오 마케팅은 천박하지만 남는 장사일 때가 종종 있다. 정치가가 아닌 정치꾼들은 증오를 상품화해 정치에 활용한다. 주로 지적 수준이 낮거나 비이성적인 사람들한테 잘 먹힌다. 그 일부가 네거티브 선거운동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히틀러 참배’ 비유 발언을 이것저것 다 재어보고 했을 것이다. 본인은 경선 과정에서 당 대포(大砲)가 될 것임을 자처했다.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이 “언어의 갑질” “대못을 박듯”이라고 일갈했지만, 증오 마케팅은 계속될 것이다. 저급하지만 시선도 끌고, 존재감도 드러내야 하니까…. 증오 바이러스는 증오의 일상화를 추구한다. 이미 인터넷 일부는 시궁창이라 표현될 정도로 증오의 일상화가 돼 있다. 사회를 병들게 하는데 증오 마케팅은 일등공신이다. 언급한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히틀러 참배’ 발언을 잘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한 번쯤 자기 수준을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한마당-김명호] 증오 마케팅
입력 2015-02-13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