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영화를 통틀어 내가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러운 것은 미국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나는 주위의 친지들에게 ‘이 영화 꼭 보라’고 권합니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봐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11일(현지시간) 오후 1시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의 리걸극장 2층 상영관. 영화 ‘국제시장(영문명 Ode to My Father)’의 특별상영회가 끝난 뒤 단상에 오른 토머스 퍼거슨(72) 미 예비역 대령은 이 영화를 두 번 봤다며 이렇게 말했다.
퍼거슨 대령은 흥남 철수 과정에서 선박 내 무기를 버리고 피란민들을 극적으로 탈출시킨 당시 10군단장이었던 에드워드 아몬드(1892∼1979) 소장의 외손자이다.
퍼거슨 대령은 “아버지가 2차대전에서 숨져 외할아버지는 내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며 “외할아버지는 1차대전과 2차대전,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까지 참여하며 엄청난 전과를 세웠지만 가장 의미 있었던 작전은 바로 흥남 철수였다”고 말했다.
지옥 같던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던 스티븐 옴스테드(85) 예비역 장군은 영화를 보며 계속 눈물을 훔쳤다고 털어놨다. 당시 19세의 이병이었던 옴스테드 장군은 특히 영화의 시작 부분인 주인공 덕수와 여동생 막순이 헤어지는 장면에 가장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사병으로 입대해 미 해병대 중장까지 오른 그는 “영화가 실제 흥남 철수 광경을 거의 그대로 묘사했다”고 칭찬했다.
옴스테드 장군은 당시 남쪽으로 철수하던 군함 내부를 “사람으로 가득 차 제대로 누울 공간조차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다행히도 군함에서 일하는 민간인 정비공들이 지하 벙커 같은 곳에 잠자리를 마련해줘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근대사와 관련된 부분이 많은데 전체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베트남전 등 미국인들의 경험과 겹치는 곳이 많아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백발이 성성한 50여명의 한·미 한국전 참전용사와 교민 대표들이 이날 영화를 관람했다. 특히 덕수가 헤어진 여동생을 1980년대 초 이산가족 찾기 행사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는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경주 6·25참전 국가유공자회 워싱턴 지회장은 “제가 태어난 곳이 바로 함흥이고 바로 어머니가 함흥 철수 때 배를 타고 거제도로 내려오셨다”며 “영화 속 덕수는 결국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국제시장’ 미국서 특별상영, 한·미 노병들 눈물 바다… “미국인들도 봐야 할 영화”
입력 2015-02-13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