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노재경] 이제는 콘텐츠다

입력 2015-02-13 02:30

한국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는 한류 육성이다. 한국적 토양을 기반으로 하는 드라마나 케이팝(K-Pop) 등 문화 콘텐츠가 대중화되면 한국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콘텐츠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시대다.

기독교 역사를 보자. 기독교가 역사적으로 거대한 전환점을 이뤘던 때는 대부분 콘텐츠 전환이 있었다. 첫째, 예수님은 새 언약을 바탕으로 하나님 나라와 새로운 사람, 공동체, 시대를 선포하셨다. 제자들에게는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20)고 하셨다. 세상에 순응하거나 타협하지 말고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새로운 콘텐츠를 들고 전진하라는 뜻이다.

당시 제자들이 가야 할 곳은 황제가 신처럼 여겨지던 로마제국이었다. 여기에 맞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확장했다. 교회는 새로운 생명을 전파했다. 옛 콘텐츠나 세상 콘텐츠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주는 콘텐츠의 산실이 된 것이다. 바울은 세상과 콘텐츠 대결시대로 들어가기 위해 순례의 길을 걸었다. 그 이후 기독교는 삼위일체 논쟁이나 성경의 정경성 논쟁 등을 통해 내부 콘텐츠 정리기간을 가졌다.

두 번째, 인류사적으로 커다란 변화는 종교개혁이다. 세속화된 사회를 향해 ‘오직 믿음’을 기치로 내걸고 복음을 개인화·사회화한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다양성과 존엄성, 그리고 독립성을 계속적으로 논의케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신앙과 이성의 상관성을 활발히 논하는 가운데 다양한 종파와 사상들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인류는 이제 새로운 삶의 영역으로 사이버 세상을 맞이했다. 초대교회가 순교자의 피로 싸우는 시대였다면 종교개혁시대는 성경말씀으로 싸운 시대였다. 지금 교회는 어떤 콘텐츠로 문화 전쟁을 준비할 것인가.

지금을 웹 3.0시대라 부른다. 메타 플랫폼에서 웹을 거닐며 일상생활과 웹 세계가 하나로 엮어지고 있다. 지금은 협업과 소통이 요구되는 프로슈머시대로 ‘영적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단순한 소비자의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넘어서 소비자와 사회가 주문하는 요구사항(Demands)을 채워줄 수 있는 철학·진정성을 추구하는 영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또한 이 시대는 M2M(사물 통신시대)을 거쳐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와 IoE(Internet of Everything·만물인터넷)를 넘어 모든 정보를 하나의 플랫폼에 연결·제어하는 시대다. AtO(All to One)까지 논의되는 공동체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영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메가 트렌드를 통찰할 수 있는 메가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이것은 교회의 크고 작음에 있지 않고,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가 복음의 열정으로 깨어 있는가, 잠자고 있느냐의 문제다.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교회의 순결성을 간직하고 있느냐의 콘텐츠 문제인 것이다.

교회는 성령님이 역사하시는 곳이다. 새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새로운 가치가 있는 곳이다. 교회는 크고 작음을 떠나 거대한 과학·문화적 흐름의 입구에서 힘을 합해야 한다. 사회와 시대를 이끌 새롭고도 거룩한 콘텐츠의 탄생을 역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역사는 콘텐츠 투쟁의 역사다. 한국교회는 지금 콘텐츠라는 거대한 흐름을 선도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 있다.

노재경 목사(예장합동 총회교육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