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식인은 어떤 사람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은 지식인에 대해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 또는 지식층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의 지식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공자의 사당인 문묘(文廟)에 모셔진 현인(賢人)들을 일컫는다. 문묘에 종사된 조선시대 지식인은 15명뿐이었다.
그런데 고려충신 정몽주는 포함되고 개국공신 정도전은 빠져있다. 정도전은 왜 조선의 지식인이라 볼 수 없는 것일까. 또 단 한 번도 조선에 충성하지 않았던 정몽주는 어떻게 조선의 지식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정치역사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문묘종사의 기준은 개개인의 학문적 역량이나 결과물보다 임금과 권력집단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기에 정도전은 이방원에게 배척당하고 정몽주는 충절의 화신으로 남은 것이다.
책은 이황 이이 김굉필 조광조 등 조선의 지식인 대상자 선정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권력 정치의 적나라한 속살을 파헤친다. 조선 성리학의 계보가 순수한 학문적 기원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권력과 지식인 사이 정치투쟁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을 되짚어보고, 대한민국의 지식계보학을 어떻게 써내려갈지 생각해보게 한다.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조선시대의 지식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입력 2015-02-13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