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표결’ 충돌] 단독처리 강행 땐 여야 전면전 비화 가능성

입력 2015-02-12 03:58 수정 2015-02-12 09:50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앞줄)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이틀째 인사청문회에서 증인 및 참고인들이 뒷줄에 배석한 가운데 의원들의 질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로 여야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금은 신경전 단계지만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12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인준 표결을 단독이라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끝까지 설득하겠지만 그래도 인준 표결에 응하지 않을 경우 다른 선택은 없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 인준을 설 이후로 미룰 수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설 연휴 차례상에 이 후보자 논란이 회자되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2일 오후 2시 여야 합의대로 표결 처리하는 게 현재 우리의 입장”이라고 11일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본회의 연기 제안이나 인준 투표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다. 표결에 아예 불참할 수도 있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새누리당이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 강행을 결심한다면 걸림돌은 없다. 다만 새누리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두 차례 ‘단독’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치적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절차상 하자는 없다는 얘기다.

우선 이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은 새누리당(6명)이 새정치연합(5명)보다 한 명 더 많다. 새정치연합이 반대하더라도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새누리당 단독으로 가능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과반을 넘게 점하고 있어 단독으로 본회의를 진행해도 이 후보자가 후보자 딱지를 떼고 총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정치적 역풍이다. 박근혜정부에 ‘독단’ ‘독선’ ‘불통’이라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인준을 강행한다면 ‘오만’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각인될 수 있다.

단독 처리는 이 후보자에게도 좋을 게 없다. 이 후보자에게 ‘반쪽 총리’라는 비아냥이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야당과 원만하게 지냈던 이 후보자가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로 총리가 된다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의 단독 처리가 현실화될 경우 여야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대(對) 문재인’의 한판 승부가 조기에 점화될 수 있다. 중도·개혁 성향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지도부에 대해 기존 여당 원내지도부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만약 새누리당이 단독 처리를 시도했는데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여권은 메가톤급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여야의 힘겨루기로 설 이후로 인준 투표가 연기될 경우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단독 처리가 이뤄지더라도 정국 경색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호남 총리’ 발언의 굴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새정치연합이 ‘우리를 밟고 가라’는 식으로 나와 이 후보자 문제를 털려고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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