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나는 혼자가 아니에요] 무섭지만 오늘부터 혼자서 학교에 가야 해요

입력 2015-02-13 02:47

처음으로 혼자 학교에 가는 길. 라스는 뒷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뒤로 걷기는 힘들지만 창가에서 손을 흔드는 엄마를 볼 수 있으니까.

곧 입학시즌이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땐 엄마가 데려다준다. 평생 그럴 순 없는 일. 그래서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는 아이에게 권하는 노르웨이 그림책이다. 책의 주인공인 꼬마 라시도 그걸 알고 어느 날 도전한 것이다. 라시가 뒤로 걸으며 학교 가는 이유는 또 있다.

자신을 잡아먹을 지도 모를 검은 개를 만날 수 있고, 태워주겠다는 낯선 차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는 쌩쌩 달리는 차보다 더 무섭다. 혹시 강도가 나타날지도 모르지 않은가. 그런 무서운 것들을 보고 싶지 않아서 라시는 뒤로 걷는다. 무서운 마음이 생길 때마다 나타나 도움을 주는 소곤이, 쌩쌩이, 휘청이…. 이런 환상적 캐릭터는 겁먹은 자신을 다독이는 라시의 분신일 터다. 그래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아 병이나 집에 누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재깍이가 나타난다.

“그러면 안돼. 라스. 지금까지 잘 했잖아. 학교 종이 울릴 때가지 10분밖에 안 남았어.”

시계를 볼 줄 모르는 라스는 숫자를 세며 서둘러 걷는데, 또 누가 나타난다. 누굴까. 엄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나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든든해진 라스는 같이 가줄까라고 묻는 엄마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저기 큰 나무까지만 같이 가요. 이젠 혼자 가야 하니까’라고.

첫 장에서 라스의 겁먹은 눈빛과 마지막 장에서 엄마를 만난 후의 침착한 눈빛이 대조를 보여 흥미롭다. 초록색 톤 그림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아이의 불안과 설렘을 잘 표현한다. 정철우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