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서 땅굴파는 北 관광객

입력 2015-02-12 02:42
‘땅굴 파고 있는 북한 관광객들.’

네팔 유력 일간지 안나푸르나포스트는 지난 8일자에 1면 톱기사로 관광객으로 들어온 북한인 54명이 북부 신두팔촉에서 불법으로 땅굴을 파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북한인들은 1월 초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잠깐 머문 뒤 북부 신두팔촉으로 이동해 북한 남남협조총회사가 수주한 수력발전소 수로 터널건설사업에 투입됐다. 네팔에서는 관광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 일하는 것은 불법이다. 신문은 관광객 복장에 곡괭이를 멘 북한인 2명이 터널로 들어가는 모습을 삽화로 그렸다.

퇴역 군인으로 폭발전문가로 알려진 이들은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 사고발생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도 북한 노동자들이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고 작업하다 4명이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례가 있었다”며 신두팔촉 작업현장의 안전에 대해 우려했다.

북한은 네팔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동 등 45개국에 외화벌이 노동자 6만명을 파견해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다. 지난해 폭발사고가 있었던 말레이시아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 119명 가운데 46명이 북한인이었다. 이들 해외노동자들이 매년 벌어들이는 외화는 12∼23억 달러(1조3000억∼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노동자들은 노동계약도 없이 하루 평균 12∼16시간 일하고 있지만 임금은 대부분 북한 정부가 가져가 현지에서 극빈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인권 전문가들은 11일 “북한은 ‘노예노동’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에 가입돼 있다”며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살인적인 해외노동을 중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