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 스토리] 35장의 사진에 담긴 父女의 35년

입력 2015-02-12 02:25 수정 2015-02-12 18:28
중국에서 아버지가 딸 생일 때마다 한 장소에서 35년째 함께 찍은 사진이 화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980년 8월 26일 장쑤성 진산타잉후 근처에서 딸 화화가 첫 돌일 때, 11살 때, 결혼했을 때인 2006년 찍은 사진. 지난해엔 화화의 두 딸도 담겼다. 중국 시나웨이보

중국 장쑤성 전장시에 사는 화윈칭(華允慶)씨는 1980년 8월 26일 딸 화화(華華)와 함께 진산타잉후(金山塔影湖) 주변 멀리 탑이 보이는 곳에서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화화의 첫 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당시 타잉후 주변은 황량해 찾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친구 가족이 추천해 같이 소풍을 갔다고 합니다.

화윈칭씨는 처음에는 35년째 매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진을 찍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타잉후를 찾아 사진을 찍게 되면서 앞으로 계속 사진을 남기겠다고 결심합니다. 이 연례행사는 지난해 8월 26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사진은 지나가는 사람한테 부탁하기도 하고 자동 타이머 기능으로 찍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진은 부인이 찍었습니다. 부인과 함께 세 가족이 찍은 사진도 많지만 35장이 모두 완성되지는 못했습니다. 2009년 초 부인이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1998년의 사진은 좀 어색합니다. 그해 4월 화화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일본에 갑니다. 8월 생일 날에는 중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화윈칭씨는 혼자 타잉후를 찾아 사진을 찍어 일본에서 보내 온 딸의 사진과 합성을 했다고 합니다.

35장의 사진 속에서 아빠는 점점 늙어가고 딸은 성장합니다. 부녀의 35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딸의 두 아이와 함께 네 가족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최근 며칠 사이 중국의 인터넷은 35장의 사진으로 인해 뜨거웠습니다. “세월이 어디로 갔나요?” “부녀의 사랑에 눈물이 나네요.” 네티즌들은 감동합니다. 하지만 어디든 꼭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화화의 변화된 모습에 성형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또 화윈칭씨가 차고 있는 시계가 자주 바뀐다며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부정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억측을 내놓는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올해 61세인 화윈칭씨는 전장시에서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퇴직했습니다. 부인은 죽기 전까지 무역회사에서 책임자로 일했다고 합니다. 화윈칭씨는 “금시계는 3000위안(약 52만원)이고 스포츠 시계는 몇 백 위안밖에 안 한다”면서 “우리 집 수입은 그럭저럭 괜찮았다”며 웃어넘깁니다.

화화는 일본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일본 대기업에 취직해 현재 후쿠오카에 살고 있습니다. 화화는 신경보의 전화 인터뷰에서 “친구들이 하룻밤 사이에 인터넷 스타가 됐다고 놀린다”며 쑥스러워 합니다. 그래도 “몇 장의 사진에서 사람들이 보통 가정의 따뜻한 부녀의 정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부녀의 따뜻한 정을 더 느껴보시죠.

-현재 소망은 무엇입니까.

“딸에게 항상 말합니다. 우리 ‘즐겁게 생활하자’를 목표로 삼자고. 딸이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아빠)

“아빠가 반려자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하하! 아빠한테 얘기했는데 행동이 느리시네요.”(딸)

-앞으로도 계속 사진을 찍으실 건가요.

“당연하죠. 앞으로 몇 년을 찍을 수 있을지는 봐야겠지만요. 딸한테도 말했어요. 딸들하고도 계속 사진을 찍으라고요.”(아빠)

“계속 찍을 거예요. 이렇게 오랜 세월을 찍어왔는데 그만두면 아깝잖아요. 저와 남편도 딸들과 함께 후쿠오카의 한 장소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벌써 5∼6년 됐습니다.”(딸)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