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신입이 월급 받으면 ‘도둑놈 심보’? 자수성가 CEO ‘열정페이’ 더하네!

입력 2015-02-12 02:02
이영석 ‘자연의모든것’ 대표가 저술한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의 표지. 이 대표는 ‘총각네야채가게’를 열며 ‘맨주먹 성공신화’를 일으켰다. ‘돈도 빽(배경)도 스펙도 없는 당신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친절한 쿡기자] 최근 ‘알바몬’ 광고 사태 논란이 뜨겁습니다. “최저 시급 5580원을 지켜라”는 광고에 “고용주를 갑질하는 사람으로 몰아간다”는 반발이 나왔기 때문이죠. 그런 중에 ‘일도 배우고 돈도 받는 것은 도둑놈 심보’라고 주장한 책이 몰매를 맞고 있습니다.

논란이 된 책은 이영석 ‘자연의모든것’ 대표의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입니다. 2012년 출판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요즘 갑자기 반응이 뜨겁습니다. “샐러리맨은 월급 주는 주인에게 충성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알바몬 사태에 분노한 이들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신입사원 채용 때마다 “급여를 안 받고 일할 수 있나”고 묻는답니다. 대부분 못한다고 답한다는데요. 그는 “일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3년을 투자한다”며 “오히려 돈을 내고 배워야 할 것 같은데, 돈도 받고 일도 배우려는 건 도둑놈 심보”라고 답한답니다.

“지원자의 질문만 봐도 똥개로 사는 사람인지 진돗개로 사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내용도 나옵니다. ‘똥개 마인드’인 사람들은 “월급은 얼마예요” “쉬는 날은 언제예요” 등의 질문을 한다는데요. ‘진돗개 마인드’인 사람들은 “몇 년 배워야 독립할 수 있나요” “과일 고르기는 언제부터 배웁니까”라고 묻는답니다. 이 대표는 이어 “근로자라면 주인을 물지 않는 진돗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대표는 ‘총각네야채가게’를 만들어 ‘맨주먹 성공신화’를 쓴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저자 소개에서 그는 “이벤트 회사에 취직했지만 능력보다는 편법이 판치는 기업문화에 좌절만 떠안은 채 그만뒀다”고 말합니다. 네티즌들은 “건실한 청년 이미지로 성공한 이 대표가 ‘갑의 위치’에 서자 고용주의 생각을 대변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책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항의 댓글이 폭주했습니다. “사람보고 똥개라니” “회사에 돈 내고 다녀야겠네” “‘자신에게 가혹하게, 아랫사람에게 더 가혹하게…’라는 기업인의 모습”이라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 대표는 “세상 탓, 부모 탓, 스펙 탓만 하는 이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을 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문구가 알바몬 광고 사태에서 비롯된 여론을 자극하고 말았죠. 이 대표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내가 성공했는데 당신은 왜 성공 못하나”와 “내가 성공했으니 당신도 함께 성공하자”의 뉘앙스는 다릅니다. 상처받은 이들이 많기 때문인가요? 표현에서부터 배려하는 모습이 절실히 필요한 요즘입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