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세계를 사들이는 중국’이란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중국의 순자본수출국 진입에 대한 의미를 짚었다. 핵심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값싼 제품을 공급해 세계경제 성장에 기여했던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경제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서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로 전환 중이라는 얘기다. 신화통신은 “중국이 탐욕스러운 제조업자에서 세련된 소비자로 변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소비의 기여도는 51.2%로 전년 대비 3% 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기업들도 중국 경제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변화, 완다의 변신=중국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 중 하나가 완다그룹이다. 중국 경제포털 왕이는 “완다그룹은 빠르게 증가하고 갈수록 부유해지는 중국 중산층을 대표한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개발로 부를 쌓은 왕젠린 회장은 그룹을 문화, 여행, 금융 등으로 재편하고 있다. 핵심은 해외 기업 인수다. 완다그룹은 2012년 세계 최대 극장체인 AMC엔터테인먼트 홀딩스를 26억 달러(약 2조8345억원)에 인수했다. 최근에는 영화 ‘헝거게임’으로 유명한 미국의 영화제작사 라이언스게이트엔터테인먼트와 ‘007 시리즈’로 이름난 영화사 엠지엠(MGM)과도 지분 인수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스페인 명문 축구클럽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분 20%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0일 월드컵축구 중계권 독점판매업체인 인프런트 스포츠&미디어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6일에는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 빌딩을 인수하고 10억 달러를 투자해 고급 호텔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완다그룹은 자회사인 완다 호텔&리조트 등을 통해 2018년까지 유럽, 미국, 호주 등 세계 각지에 총 150개의 프리미엄 호텔을 세우겠다는 포부다.
◇차이나 머니, 식성이 변했다=완다그룹에서 보듯 중국 유력 기업들은 브랜드와 기술력을 갖춘 해외 기업을 인수해 중국시장에 접목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룽궈창 판공청 주임은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은 발달된 시장의 선진기술, 브랜드를 통해 구조조정과 업그레이드를 촉진하고 경쟁력을 보강하는 데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해외 진출 전략은 국영기업 중심의 자원확보 방식에서 민간기업 중심으로 부동산, 제조업, 하이테크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10월 중국 안방보험은 세계적인 호텔체인 힐튼으로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의 대표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사들였다. IBM의 노트북 사업을 인수한 뒤 세계 1위의 PC업체로 부상한 레노버는 같은 달 모토롤라의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품에 안고 삼성과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중국 최대의 자동차 부품 기업인 완샹그룹은 미국 전기차 회사 피스커를 인수해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에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차이나 머니의 식성이 변한 요인은 우선 국영기업이 주도했던 에너지·광산자원 개발에 과잉 투자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영기업의 에너지와 핵심기반 시설 확보 전략이 해당국의 ‘안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그리스에서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집권하면서 중국에 피레우스항 운영권을 매각하려던 계획이 중단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제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11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투자 중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27.1% 증가하면서 전체 해외직접투자액의 64.6%를 차지했다. 반면 자원에 대한 투자는 같은 기간 4.1% 감소하며 비중은 33.4%를 기록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커져=해외투자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기대했던 수익을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거시경제망 톈윈 편집장은 “이전 중국의 해외투자 수익률은 일본과 같은 경험 많은 국가들에 비해 형편없었다”면서 “금융에 투자했던 미국이나 영국이 아니라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우선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국의 ‘정치 리스크’도 큰 위험이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과 세계화 연구센터(CCG)’가 지난 10여년 동안 중국의 실패한 해외투자 120건을 분석한 결과 해당국의 소요사태나 정권교체 등의 이유가 4분의 1에 달했다. 2011년 리비아 내전으로 중국의 50여개 투자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이때 입은 손해가 188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른다.
중국 자본 유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해 미국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던 마셜플랜에 빗대 ‘중국판 마셜플랜’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이 유럽 재건에 나서면서 주도권을 쥔 것처럼 중국도 국제질서 재편을 시도하려 한다는 우려가 스며 있다. 중국 상무부 선단양 대변인은 “중국의 해외투자 전략은 기업이 스스로 결정하는 시장의 동력, 선진국·개도국·신흥국을 막론한 중국 자본에 대한 흡입력,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에 의한 추동력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며 “(마셜플랜과 같은) 계획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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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12 02:59 수정 2015-02-12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