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규직 과보호’ 주장은 비정규직 해법 될 수 없다

입력 2015-02-12 02:50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논의가 정규직의 과보호를 해소하는 쪽으로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11월 말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후 연말에 사실상 정규직을 겨냥한 비정규직 대책이 나왔다. 그러나 본보의 ‘1200만 정규직을 말하다’ 시리즈 기사에 따르면 과보호를 받는 정규직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공기업에 다니는 130만명, 전체 정규직의 10.9%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정말 해고가 어렵고, 임금체계가 경직적인 ‘과보호되는’ 정규직은 노조원과 생산직 근로자들에 국한된다. 사무직 근로자들은 30대 그룹 소속이라도 평균 근속연수가 10년이 안 된다.

정규직을 지나치게 보호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규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려는 유인이 커진다는 지적은 옳다. 그러나 노조의 보호를 받는 일자리는 기계화·자동화 등에 따라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의 희망대로 그들의 해고가 쉬워지고, 임금이 줄어든다고 해서 기업들이 그 자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거나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해 준다는 보장도 없다. 정부가 이를 강제할 수단도 없다. 따라서 정부는 작은 파이를 두고 정규직의 몫을 빼앗아 비정규직에 나눠주려 하기보다 대기업이 수익을 더 내놓게 해서 노동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과제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의 해소다. 이는 기업외부 노동시장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에 같은 일을 해도 임금격차가 크고 서로 경쟁이나 이동이 극히 제한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 중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철과 직무급 전환으로 대표되는 임금개혁을 통한 이중 구조의 해소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고가 어려운 것은 법적 규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번 해고되면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고는 재취업이 어려운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탓도 크다.

현재 정부는 노와 사에 양보를 요구하면서도 스스로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한 소득증대 정책을 시행하고, 실업급여 지급규모와 지급기간을 늘리는 등 사회안전망을 내실화해야 한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위한 일반회계의 지출규모 확대 편성도 필요하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혁파하는 작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과 하청 간의 불공정거래를 시정하는 등 경제의 이중 구조 해소작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임금격차의 축소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노사 간 생산성 연대, 단체협약의 산업별·지역별 확대 적용, 초기업 단위 임금교섭과 산별교섭의 활성화 등을 정부가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