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목동 피겨 사대륙선수권 출전 김레베카-키릴 미노프… 한국 아이스댄스 ‘부활의 꽃’

입력 2015-02-12 02:33
한국 아이스댄스의 명맥을 잇고 있는 김레베카-키릴 미노프가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사대륙선수권대회를 앞두고 11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연습하고 있다. 12∼15일 열리는 이번 대회는 유럽을 제외한 4개 대륙 15개국에서 94명이 출전한다.

“응원해 주시는 국내 팬들 앞에서 올 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 최고점수를 경신하고 싶습니다.”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사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김레베카(17)-키릴 미노프(22·러시아)가 대회를 하루 앞둔 11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공식연습을 마친 뒤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두 선수가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레베카는 “연습인데도 팬들이 많아서 놀랐다. 해외대회에서는 이런 환성을 들어본 적이 없어 정말 기뻤다”고 감격해했다. 미노프도 “한국 팬들의 응원이 크게 느껴진다.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레베카-키릴 미노프는 피겨 불모지 한국에서 사실상 명맥이 끊어졌던 아이스댄스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다. 한국에는 6년여 동안 아예 아이스댄스팀이 없었다. 리투아니아에서 정착했으나 귀화하지 않은 한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김레베카는 2011년까지 여자싱글 선수로 활약했다. 노비스(13세 이하) 부문 국제대회 우승도 했던 그는 2011년 말 대한빙상경기연맹(KSU)의 아이스댄스 육성 오디션에 합격한 것을 계기로 종목을 바꿨다. 이듬해 러시아에서 아이스댄스 선수로 성장한 미노프와 조를 결성했다. 당시 미노프가 파트너 없어 1년간 쉬고 있던 상황에서 스승인 알렉산더 스비닌 코치가 김레베카를 소개했다.

두 선수는 2012년부터 한국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조국의 대표로 뛰고 싶었던 김레베카는 미노프와 만날 때부터 한국 국적으로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미노프도 응했다. ISU는 페어스케이팅이나 아이스댄스에서 두 선수의 국적이 다를 경우 한쪽을 선택해 출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조 결성 이후 두 선수는 한국 아이스댄스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였던 2012년 10월 ISU 주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20팀 가운데 10위를 하더니 2013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위를 기록했다. B급 대회이긴 하지만 2013년 11월 NRW 트로피 주니어 아이스댄스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2014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6위에 올랐다. 이들의 성적은 늘 한국 아이스댄스에서 최초로 기록되고 있다.

미노프가 주니어 제한연령(만 21세)을 넘기면서 두 선수는 2014-2015 시즌부터 시니어 대회에 나가고 있다. 시니어 1년차인 만큼 성적보다는 경험을 축적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이스댄스 사상 처음으로 5차 그랑프리 대회(에릭 봉파르)에 초청돼 9위에 올랐으며 볼보컵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갔다. 김레베카는 “다른 시니어 선수들의 경우 최소 5∼6년 이상 손발을 맞춰왔다”면서 “발전 단계인 우리는 대회를 치를 때마다 팬들에게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이다. 올림픽은 두 명 모두 같은 국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미노프는 한국으로 귀화할 생각을 갖고 있다. 미노프는 “처음 레베카와 조를 만들 때부터 국적을 바꿀 준비가 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