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고교 2학년 박모(17)군은 매일 새벽 1시쯤 잠들어 오전 6시30분에 일어난다. 학교에서 정한 등교시간은 오전 7시40분.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20분이 걸린다. 등교 준비에 바빠 아침은 대개 건너뛴다. 대신 쉬는 시간에 매점에서 햄버거나 컵라면을 사먹는다. 입시 준비로 운동은 거의 못한다. 현재 박군은 키 173㎝, 몸무게 80㎏의 ‘경도 비만’이다.
박군처럼 매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초·중·고생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아침을 거르는 학생도 증가하는 추세다. 비만 학생이 전체의 15%에 달하고, 고교생 절반가량은 하루 평균 6시간도 못 자고 있다. 교육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2014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부터 두 달간 전국 756개 초·중·고교 학생 8만25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 학생 비율은 지난해 초등학교 61.4%, 중학교 72.1%, 고등학교 74.3%를 기록했다. 2010년(초등학교 53.4%, 중학교 59.6%, 고등학교 62.3%)에 비해 최대 12%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아침식사를 거르는 학생은 지난해 초등학교 4.2%, 중학교 12%, 고등학교 14.5%로 조사됐다. 2010년(초등학교 3.5%, 중학교 9.4%, 고등학교 13.4%) 이후 중·고생을 중심으로 아침을 먹지 않는 학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입시에 치여 아침 일찍 등교하느라 제대로 식사를 챙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구화된 식생활에 비해 운동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매주 3회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하는 학생은 초등학교 55.6%, 중학교 35.1%, 고등학교 23.6%에 그쳤다. 비만 학생 비율도 2010년 14.7%에서 지난해 15%로 소폭 늘었다.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이내인 학생은 초등학교 3.5%, 중학교 10.5%, 고등학교 45.3%로 고교 진학 후 수면시간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아침 거르고 패스트푸드 먹고… 초중고생 건강 적신호
입력 2015-02-12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