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선교 아펜젤러의 삶’ 소설 집필 이성덕 교수

입력 2015-02-12 02:36
10일 대전 배재대에서 만난 이성덕 교수. ‘소설 아펜젤러’ 출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실존 인물을 다룬 작품이어서 글을 쓰는 내내 조심스러웠다”며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미국 감리회 선교사인 헨리 아펜젤러(1858∼1902)가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한 1885년 4월 5일 항구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펜젤러는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큰 포부를 품고 배에서 내렸지만 그를 환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시 아펜젤러의 나이는 겨우 스물일곱. 20대 청년이던 그는 이역만리 조선 땅에 첫 발을 내디디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펜젤러의 한국 선교 130주년을 맞아 그의 삶을 소설로 정리한 책이 이르면 다음 달 출간된다. 각종 사료(史料)에 작가의 상상력을 포갠 ‘소설 아펜젤러’(가제)다. 이 책이 발간되면 아펜젤러의 삶을 소설로 다룬 국내 첫 작품이 된다.

10일 대전 배재대를 찾아가 소설을 집필한 이성덕(54)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1703∼1791)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존 웨슬리’를 내놓은 적이 있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 아펜젤러’ 집필은 오랫동안 간직한 꿈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2003년에 ‘소설 존 웨슬리’를 출간한 뒤부터 줄곧 아펜젤러를 소설로 다뤄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엄두가 안 나더군요. ‘소설 존 웨슬리’를 쓰면서 제가 소설가로서의 능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실감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을 안 쓰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집필을 했죠.”

10년 넘게 아펜젤러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며 작품을 구상하던 이 교수가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출판국으로부터 소설 출간 제의를 받은 게 발단이었다. 그는 제안을 받은 뒤 아펜젤러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소설 아펜젤러’는 아펜젤러가 조선에 오기 전 일본에 머물 때 겪은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이후엔 아펜젤러가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중점적으로 다루는데, ‘회상 장면’을 통해 그가 어떤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냈는지도 그린다.

이 교수는 “기감 출판국에 아직 원고를 넘기지 않았다”며 “교열이나 편집이 안 된 상황이어서 예측하긴 힘들지만 분량이 300페이지는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펜젤러를 다룬 논문은 많아요. 하지만 소설이 국내에서 출간된 적은 없죠. 소설이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아펜젤러를 더 친숙하게 여길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글을 쓰며 아펜젤러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그는 진취적이면서 포용력도 강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웨슬리와 아펜젤러를 잇는 세 번째 소설로 무엇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차기작’을 묻는 질문에 이 교수는 손사래를 치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우선은 ‘소설 아펜젤러’가 많은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교인들이 이 소설을 통해 초기 선교사들의 열정을 되새겨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국 선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보다 이런 책 한 권이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차기작은 소설가로서의 내공을 충분히 쌓은 뒤에 쓰고 싶고요(웃음).”

대전=글·사진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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