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10일 추가 공개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녹음 파일에는 ‘정언(政言) 유착’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뿐 아니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관련한 부적절한 언급이 담겨 있다.
◇이 후보자, “언론인들을 대학 총장·교수로 만들어줬다”=이 후보자는 국회 정론관에서 폭로된 녹음 파일에서 “언론인들, 내가 대학 총장도 만들어주고… (언론인과) 40년 된 인연으로 이렇게 삽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인 대 공직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간적으로 친하게 되니까… 내 친구도 대학 만든 X들 있으니까 (언론인을) 교수도 만들어주고 총장도 만들어주고…”라며 ‘과시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또 “나도 대변인하면서 지금까지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았지만 지금도 너희 선배들 나하고 진짜 형제처럼 산다”면서 언론사 간부들과의 친분을 은근히 과시했다. 앞서 공개된 녹음 파일에서 이 후보자는 이들 기자에게 해당 언론사 간부를 통해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후보자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포함된 데 대해선 지금까지 언론인을 배려해 법 통과를 막았지만 앞으로는 봐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놨다. 그는 “김영란법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진짜로. 이번에 내가 지금 막고 있잖아, 그치?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그치? 욕 먹어가면서…”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내가 이번에 (김영란법을) 통과시켜버려야겠어. 왜냐하면 야당이 지금 통과시키려고 하는 거거든”이라며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줬는데 이제 안 막아줘.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여 이거…. 지들 아마 검경에 불려 다니면 막 소리 지를 거야”라고 했다. 또 “김영란법이 뭐냐. 이렇게 얻어먹잖아요? 3만원이 넘잖아? 1년 해서 100만원 넘잖아? 이런 게 없어지는 거지”라면서 “김영란법이 만들어지면 못 먹는 거지…. 하자 이거야. 해 보자”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음성 파일이 아닌 스크린을 통해 “막 이렇게 해버리면, 아니 뭐 (기사를) 올려 봐…. 그럼 나는 데스크로 전화하는 거지 뭐”라면서 “나 살려고, 나도 할 거 아니냐…. 그렇지 않소, 세상사가…. 저(기자)만 이상하게 돼 버리는 거지… 웃기는 거지”라는 이 후보자 발언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 생성부터 폭로까지…‘장외폭로’ 놓고 여야 공방=이 후보자 녹음 파일은 지난달 27일 이 후보자가 일간지 기자 4명과 함께 점심식사를 나누던 중 몰래 녹음된 것이다. 이 녹음 파일은 통째로 국회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 측으로 건네졌다. 김 의원 측이 녹음 파일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다시 이를 KBS에 넘겼다. KBS는 지난 6일 파일 일부 내용을 보도해 이 후보자가 자신에 대한 의혹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사 간부에게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 등은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파일의 나머지 부분을 공개할지를 놓고 여당 의원들과 공방을 벌이다 국회 정론관에서 ‘발췌본’을 공개했다.
여야 공방은 가열됐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문회가 진행 중인데 녹음 파일을 청문회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공개한 것은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다”며 “사석에서 녹음된 파일을 공개적으로 계속 활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경협 의원은 “이 후보자가 (언론인을) 대학교수나 총장으로 만들어줬다고 한 발언을 확인하고, 김영란법에 대한 발언이 언론 자유를 위한 것인지 언론 회유·협박용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여당이 이를 확인하려 하지 않고 자꾸 거부해 정론관에 설 수밖에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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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청문회]“내가 언론인들 교수·총장 만들어줬다”
입력 2015-02-11 04:32 수정 2015-02-11 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