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여부는 10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녹음파일 공개로 더욱 불투명해졌다. 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만 해도 야당의 호의적인 반응에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지만 그런 분위기는 없어졌다. 사실상 국회 인준의 키를 쥐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청문회를 지켜본 뒤 인준 여부를 결정하는 ‘선청후결(先聽後決)’ 방침을 정했다.
국회 국무총리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11일 증인·참고인 18명을 불러 이 후보자를 검증한 뒤 12일 전체회의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특위는 인사청문을 마친 날부터 3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후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재적의원 과반출석·과반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이 후보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보여줬던 소통 행보를 높이 평가하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줄줄이 터져 나오는 의혹에 방향을 틀었다.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회 브리핑을 통해 “국정 공백이 무서워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총리 인준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여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새정치연합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지난 8일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후보자의 언론 외압 발언이 담긴 음성파일을 전격 공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도 없다”고 강력 비판했지만 공식 언급은 자제했다. 청문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야당과 맞붙어 좋을 게 없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석에서 녹음된 자료를 공개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갖고 있고 이런 일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선 청문회를 잘 마쳐야 되기 때문에 야당을 자극해 같이 싸울 수는 없다”고 했다. 새누리당 인사청문특위 위원은 “새정치연합이 이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는 입장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통과는 시키되, 최대한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당론으로 이 후보자 인준을 반대할 것이라는 관측은 현재로선 많지 않다. 다만 다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반쪽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이 정한 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책임총리’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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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11 02:45 수정 2015-02-11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