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살상무기 지원할 수도”… 우크라 사태, 미·러 대리전 되나

입력 2015-02-11 02:23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데발트세베 외곽에서 8일(현지시간) 정부군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을 향해 그래드(Grad) 미사일을 쏘고 있다. 그래드 미사일은 방사포로 불리는 다연장로켓발사기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로 살상효과가 큰 무기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동한 뒤 기자회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였다. 비록 우선순위는 낮다고 했지만 무기 지원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최악의 경우 이를 묵인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두 정상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을 갖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 지원을 강하게 비난하고 외교적 차원에서 사태 해결을 모색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와 분리주의 반군들은 민스크협정의 모든 약속을 위반하며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21세기에 유럽의 국경이 총으로 다시 그어지도록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여러 옵션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는 군사적 해법을 모색하지 않는다고 항상 말해 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동맹은 변함없이 굳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현재 진행 중인 독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4개국 간 평화안 협상이 끝내 무산될 경우 유럽이 미국의 무기 지원을 용인할 수 있음을 내비쳐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르켈 총리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프랑스·독일 양국 정상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의 살상무기 제공을 저지하지 않겠다”는 최후 통첩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오는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릴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대치가 나치를 함께 격퇴했던 양국의 역사를 약화시키진 않는다”고 했지만 미국의 불참으로 주요 서방 지도자들 역시 70주년 행사를 보이콧할 것으로 보인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