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收 펑크’ 사상 최대… 월급쟁이엔 5000억 더 걷었다

입력 2015-02-11 02:22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10조원을 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경기 회복세가 애초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실제로 걷힌 세금과 예상액의 차이가 컸다. 특히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예측치보다 3조3000억원(7.2%)이나 덜 걷힌 영향이 크다. 반면 ‘월급쟁이’가 내는 근로소득세는 5000억원(2.0%) 더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세수 결손이 증세 논쟁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세금 내는 사람’ 늘어, 더 걷힌 근로소득세=기획재정부는 2014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 결과 지난해 국세 수입은 205조5000억원으로 예산(216조4000억원)보다 10조9000억원 부족했다고 10일 밝혔다. 2013년에도 세수 결손(8조5000억원)이 발생했지만 이번에 10조원이 처음으로 초과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의 영업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부진과 내수 침체로 인한 부가가치세 하락,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관세 부진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수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에 46조원의 법인세가 들어올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거둬들인 법인세는 42조7000억원에 그쳤다. 2013년(43조9000억원)에 비해서도 1조2000억원(2.7%)나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해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2013년보다 더 나빠진 셈이다.

환율이 낮아지면서 관세도 예산보다 1조9000억원가량 적게 걷혔다. 내수가 부진해 수입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크다. 국내 소비가 많아지면 늘어나는 부가가치세 세수도 예산보다 1조4000억원 부족했다.

경기 악화로 대부분 세목의 수입이 줄어든 가운데 근로소득세는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25조4000억원으로 예상치(24조9000억원)를 뛰어넘었다. 2013년보다는 15.5%(3조4000억원)나 더 걷힌 것이다. 기재부는 취업자 수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1∼2013년 연평균 취업자 수 증가가 41만2000명이었지만, 지난해는 53만명을 기록했다. 평균 소득이 늘었다기보다는 세금을 내는 사람이 많아진 셈이다.

◇올해도 어두운 전망, 4년 연속 세수 결손 우려=기재부는 관계자는 “4대 부문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 대책을 차질 없이 수행하면 올해 세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의 올해 예산상 세수 전망치는 22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세수 전망치보다 2.1% 많지만 국내외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유럽 경기 침체 상황 등은 우리 경제에 유리하지 않다. 유가 하락세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 역시 올해 실질성장률을 깎아먹을 수 있는 요소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0월 올해 국세수입액을 218조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 기준으로 이미 3조원가량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셈이다. 관심은 이런 상황에서 요새 정치권 화두로 떠오른 증세에 대한 반대론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올해도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는 2012년부터 4년 연속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한 상황을 겪게 된다.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부족한 만큼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지므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재정 지출도 위축돼 정부의 경기 확장 정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