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체부 ‘부실한 인사검증’ 파행 불렀다

입력 2015-02-11 02:00 수정 2015-02-11 18:06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에서 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한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검증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국민일보DB

문화체육관광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점입가경이다. 문체부가 국립오페라단 한예진 예술감독을 선임하면서 추천자도 없이 예술감독 후보자 명단에 올렸고, 자격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경력증명서를 제출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10일 국민일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주 “한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적임자를 복수추천 받았고 평판조회를 한 뒤 인사검증을 거쳤다”고 박 의원실에 설명했다.

그러나 문체부의 이 같은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박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립오페라단장과 관련한 임명 추천자 명단, 추천경로 상세 자료, 한 감독 평가결과 보고서 등의 자료를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요청했고, 문체부는 “한 감독을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주무부서인 공연전통예술과에서 추천했다. 평가 결과도 주무부서에서 구두로 보고했다”는 답변을 제출했다. 공연전통예술과 과장과 사무관은 각각 지난해 9월, 3월에 발령받아 오페라계 인사를 제대로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게 박 의원 측 주장이다.

특히 문체부는 한 감독의 이력을 증명할 증빙서류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감독은 문체부에 약력서(이력서)와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만 증빙서류로 냈고 주요 경력이라 적은 재직증명서는 단 하나도 내지 않았다. 문체부는 경력 오기 논란이 일자 지난달 20일 상명대 특임교수 경력증명서를 받았다. 문체부가 한 감독을 임명한 건 지난달 2일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상명대 경력의 경우 인사에 큰 영향을 줄 경력사항이 아니라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문체부는 한 감독이 제출한 국제대회 수상 경력에 대한 분석도 박 의원실의 요청이 있은 뒤에야 진행했다. 게다가 문체부 자료를 보면 대회의 위상이나 성격에 대한 설명은 없고 심사위원장 이력이나 대회 의미만 언급하고 있다. 또 한 감독이 수상 경력으로 제출한 국제대회들은 병무청에서 병역 면제 대상을 판단할 때 기준이 되는 국제 콩쿠르에 들어가지 않는 B급 대회라는 게 클래식계의 얘기다.

클래식계 한 관계자는 “추천자 없이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외압에 의해 언제든 낙하산 임명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력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인사가 무슨 인사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 의원도 “경력증명서 한 장 받지 않고 무엇을 가지고 평가하고 검증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권력 실세의 개입이 아니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매년 80억∼100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국립오페라단 특성상 기획재정부의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인사 운영에 관한 지침’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