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여행코스, 살이 통통~ 제철 대게 맛 보이소

입력 2015-02-12 02:26 수정 2015-02-12 18:39
경북 울진군 기성면 망양해수욕장 인근 해안도로에 조성된 황금대게 동상의 집게발 사이로 동해 바다의 아침해가 솟아오르고 있다. 울진군은 국내 최대 대게 생산지에 걸맞게 다양한 조형물과 홍보관 등을 갖추고 있으며 오는 27일부터 대게 축제를 개최한다.
울진군 북면 나곡항 인근에 조성된 바다낚시 공원.
대게잡이 어민들이 울진 후포항 위판장에서 경매를 위해 붉은대게를 가지런히 늘어놓고 있다.
겨울철 경북 울진에는 맛과 힐링, 그리고 구경거리가 있다. 바다의 별미 대게를 맛본 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스트레스와 피로는 싹 가신다. 관동팔경인 월송정, 바닷가 해돋이, 해안도로 드라이브 등 관광은 덤이다. 늦겨울 제철 음식으로 활기를 되찾고 심신을 자연에 맡기는 ‘먹방’ 힐링 여행지로 나섰다.

울진군 최남단에 자리한 후포항은 항구 고유의 정취와 활력이 넘치는 국내 최대 대게잡이 항구다. 이곳의 겨울은 새벽부터 분주하다. 겨울철 귀한 손님 울진대게 잡이에 나서는 어선이 후포항의 정적을 깬다. 어둠의 장막이 채 걷히기도 전인 새벽부터 차가운 겨울바다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부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출항을 준비한다. 올 3월까지, 늦으면 5월까지 이어지는 대게잡이 절정기에 동해 푸른 바다에서 겨울 별미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동해 일출이 어둠을 걷어내자 항구는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4∼6일 동안 망망대해에서 거센 파도와 씨름하며 건져 올린 대게와 붉은대게가 배에서 하역돼 어느새 위판장에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다. 위판을 위해 대게를 바닥에 깔아놓는 어민과 좋은 대게를 찾으려는 중매인들이 부산하다. 경매사의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매가 시작된다. 희망가격을 내미는 상인들과 경매사의 손길에서 가격이 매겨진다. 낙찰 받은 상인들은 곧바로 대게를 활어차에 싣고 자리를 떠난다.

울진 앞바다에는 보배 같은 거대한 바위가 해저에 대게의 고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동해의 이어도’라 불리는 왕돌초다. 배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이 암초는 동서 21㎞, 남북 53㎞가량으로 여의도 10배 크기다. 3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으며 수심이 가장 얕은 곳이 5m, 바깥쪽 깊은 곳은 500∼600m 정도다. 울진의 배도, 영덕의 배도 모두 이 왕돌초 근처에서 대게잡이를 한다. 하지만 울진의 배가 가장 많이 잡아온다.

울진이 영덕보다 대게의 명산지로 덜 알려진 것은 1930년대 원활하지 않은 교통수단 때문이다. 당시 대도시에 해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교통이 편리한 영덕으로 중간 집하돼 반출되면서 ‘영덕대게’로 불렸다.

대게의 원조를 놓고 울진과 영덕의 논쟁도 뜨겁다. 울진은 16세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자해(紫蟹)라고 표기된 대게가 평해군과 울진현의 특산품으로 나와 있고 조선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산해(1539∼1609)도 이곳으로 귀양 왔다가 대게가 많다고 해서 해포(蟹浦)라는 이름을 지어줬다고 주장한다. 반면 영덕은 고려 태조 23년(940년) 왕건이 예주(영해)를 순시할 때 수라상에 대게를 진상한 것을 제시하고 있다.

후포항여객선터미널 2층에는 울진대게 홍보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대게 잡는 모습부터 대게의 종류, 대게 고르는 법 등 대게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모형, 영상, 실물전시, 그래픽 패널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져 있다.

냉수대에 분포하는 대게 5종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붉은대게와 대게 두 종이 잡힌다. 대게는 ‘큰 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나무처럼 곧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열 개의 다리 가운데 먹이 활동에 쓰이는 집게 다리를 제외한 여덟 개의 모양새가 그렇다. 곧은 다리가 여섯 마디여서 ‘죽육촌(竹六寸)’이라고도 불렸다.

대게는 깊은 곳에 살기 때문에 여러 개의 그물을 연결해 수심 200∼300m 아래로 내려 잡는다. 망망대해에도 대게잡이 포인트가 있다. 어민들은 “자식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비밀”이라고 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대게 산란기인 5월 말에서 11월 말까지는 대게를 잡지 않고 12월에서 3월까지 넉 달 동안만 잡는다.

대게의 상품가치는 크기가 아니라 단단함에 있다. 물렁게를 가장 먼저 선별해 내는 이유다. 배의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차고 단단하다. 붉은대게는 대게보다 작으며 붉은빛을 띤다. 살이 적고 짠맛이 나며 수분이 많다.

대게를 요리하는 방법으로는 찜이 제격이다. 열을 가할수록 살이 쫄깃해지고 맛이 강해지기 때문. 찜통에서 약 20분간 쪄내고 약 5분간 뜸을 들이면 끝. 대게 맛의 포인트는 긴 다리에 있다. 대게 다리 가운데를 가위로 살짝 흠집을 내어 쭉 잡아당기면 쫄깃한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쫀득하면서도 고소해 뒷맛까지 개운하다. 게딱지에 붙어 있는 살과 국물로 밥을 비벼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후포항 한마음광장에서 ‘2015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린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게 생산량과 우수한 품질을 홍보하기 위해 2000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싱싱한 대게를 공짜로 맛볼 수 있는 무료시식이 간판 프로그램이다. 대게 빨리 먹기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후포항 어시장에서 마을 쪽으로 조금 걸으면 등기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타난다. 해발 64m 야트막한 언덕 위에 후포등대가 서 있고, 그 옆으로 후포항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대게의 참맛을 만끽했다면 울진 겨울 여행의 백미 온천욕을 즐길 차례. 우리나라의 대표 온천인 백암온천과 덕구온천에서 찬 공기에 시달린 심신을 뜨겁게 녹이기에 더없이 좋다.

백암온천은 천연알칼리 성분에 무색무취 53도의 온천이다. 온천수에는 나트륨, 불소, 칼슘 등 몸에 유익한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만성 피부염, 자궁내막염, 부인병, 동맥경화 등을 가진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덕구온천은 약한 알칼리 성분의 41도 온천으로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수다. 중탄산나트륨이 많이 용해돼 있어 신경통, 관절염, 피부병, 근육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 오는 날 노천탕에 들어가면 선경(仙境)이 따로 없다.

쪽빛 바다와 함께 달리는 102㎞ 해안도로 드라이빙은 울진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후포항에서 북쪽 망양정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울진의 바다풍경이 이야기를 속삭이듯 다가왔다 멀어진다.

관동팔경 가운데 한 곳인 월송정에서의 일출은 장관이다. 방풍림으로 조성된 소나무 숲의 고고함과 바닷가 정취가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있는 명소다. 죽변은 대나무가 많이 자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10년 11월 24일 처음 불을 밝힌 죽변등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대나무숲 너머로 SBS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 등 풍광이 아름답다. 이밖에 왕피천, 울진엑스포공원, 울진아쿠아리움 등 가까운 곳에 즐길 거리가 많다.

울진=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