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보개혁 뒤틀리게 된 게 다 언론 때문이라니

입력 2015-02-11 02:34
고위 공직자가 지녀야 할 덕목 중 하나가 소신이다. 이때의 소신은 독불장군식 고집이나 견강부회의 독단이 아니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자신감 내지 당당함이다. 대체로 정책은 찬반 또는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갈등이 생기고 소모적인 논란이 일어난다. 소신 있는 고위 공직자는 정책의 당위성에 대해 분명하게 설명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그렇지 않은 공직자는 오히려 혼란을 증폭시킨다.

책임감 역시 고위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자질이다. 정책이 혼선을 빚거나 부작용이 심대할 경우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역기능을 최소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는 임면권자에 대한 배려이자 국민들을 위한 예의다. 이른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잇따라 드러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처신은 고위 공직자로서 심히 부적절하다. 그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원들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혼선을 추궁하자 “언론이 잘못 보도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적반하장의 극치다.

문 장관은 부과체계 개선안 발표를 이미 몇 차례나 늦추다가 결국 지난달 28일 “금년 중에는 개선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언론이 ‘사실상 백지화’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복지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기획단 단장이 사퇴하는 등 비난 여론이 절정에 달했다.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가 새로 구성되면서 재추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파문의 정점에 문 장관이 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잘못을 언론에 떠넘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는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국민들에게 더 부담이 되고 본인에게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