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이형원] 성경적 甲이 되려면

입력 2015-02-11 02:26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 중 하나가 있다면 ‘갑질’일 것이다. 갑질은 직장이나 사회에서 권력이나 부를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위치가 낮거나 가난한 개인이나 집단의 인권을 무시하거나 빼앗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한 우유회사의 젊은 직원이 연세가 많은 대리점 주인을 상대로 물건을 강매하고 반말을 하는 사건을 계기로 소상인들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이 이슈가 된 적 있다. 그 이후에는 부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후임병을 상습적으로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선임병들의 갑질이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고 나서는 부와 권력을 지닌 자들의 ‘슈퍼 갑질’에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갑질이 사회의 대기업이나 소수의 특권층에 의해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신문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반 직장인들 10명 중 6명은 자기보다 직급이 낮거나 나이가 적은 사원들을 불편하게 만든 갑질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소위 ‘을들의 갑질’이라 할 만하다.

60대 중반의 아파트 경비원들이 치킨을 먹고 있다고 40대 입주민이 욕설을 퍼부은 일이나 백화점 주차장의 ‘갑질 고객’ 사건 등은 일반인들도 갑이 되어서 실수나 잘못을 범할 수 있음을 잘 말해주는 사례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갑질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거룩한 책임감이 와 닿는다.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부정적인 갑질을 타파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성경 곳곳에서는 ‘성경적 갑’이 되는 원리를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제공하시는 구원의 은혜와 풍성한 삶의 복들을 누리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은 누가 뭐래도 진정한 갑이다. 그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님 안에서의 구원과 복을 나눠 주는 것이 ‘거룩한 갑’의 역할임을 성경은 곳곳에서 말하고 있다(창 12:2∼3, 출 19:5∼6, 사 42:6∼7, 마 5:13∼16).

그러므로 직장과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선한 갑이 되기 위해서는 성경적 교훈과 원리들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경은 거룩한 갑이 될 수 있는 교훈들로 가득 차 있다.

첫째, “네가 히브리 종을 사면 그는 여섯 해 동안 섬길 것이요 일곱째 해에는 몸값을 물지 않고 나가 자유인이 될 것이며.”(출 21:2) 이 율법의 교훈을 현대적으로 풀어 본다면 자신의 사업 영역에서 6년 동안 열심히 일하던 자신의 사원이 7년째 되는 해에 그가 원할 경우,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직장 대표나 상사들이 이러한 정신을 갖고 사원들을 대한다면 우리 사회의 부정적 갑질은 사라지지 않을까.

둘째,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레 19:9∼10) 하나님께로부터 물질적인 복을 부여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자신의 것을 일부 포기하고 기부할 줄 아는 것 또한 거룩한 갑의 역할이다.

셋째,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6∼28) 온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고 풍성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셔서 목숨까지 버리신 예수님의 섬김이야말로 진정한 ‘성경적 갑’이 아닐까.

이형원 교수(침례신학대 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