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선거법 위반 유죄] “朴만이 해답이다” “文, 노무현 죽인 자”

입력 2015-02-10 04:01 수정 2015-02-10 09:19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이 작성한 ‘사이버 게시글’을 시기별로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을 기점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글들이 증가했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재판부는 8월 20일을 박 대통령이 후보로 확정되면서 선거 경쟁구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시점으로 봤다. 이전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글에서 대선이 언급되는 것은 드물었다.

이명박정권을 옹호하거나 노무현 전 대통령 또는 당시 민주통합당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서민을 이토록 챙긴 대통령은 박정희와 이명박뿐이다’ ‘현재까지 국회의원 공천 받은 인간들 중 가장 쓰레기 같은 인간들만 모은 곳은 민주통합당’이라는 식이었다. 정치개입이었지만 선거개입으로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8월 20일 이후부터 선거개입성 내용으로 급격하게 변했다. 국정원은 대선 후보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각 이슈를 박 후보에게는 유리하게, 야당 후보에게는 불리하게 해석해 글을 올렸다. 박 후보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친북, 종북은 절대 안 된다. 확고하고 올바른 안보관을 갖고 있는 박근혜만이 해답이다’라는 식으로 지지 글을 올렸다. 아예 후원용 ARS 전화번호를 리트윗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하기도 했다.

반면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국정원 심리전단은 ‘노무현을 죽인 자가 바로 문재인이다. 그런 자가 남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원색적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문 후보의 대선 슬로건을 두고 “북한 주체사상에 ‘내 인민이 먼저다!’라는 대목이 있다. 대한민국엔 ‘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이 있다. 어째 좀 거시기하구만, 이른바 학습효과인가?”라고 종북몰이를 하기도 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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