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한 지 1년8개월 만에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를 받아냈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 내부에 적잖은 치명상을 입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은 국정원뿐 아니라 주요 수사기관과 사법부에도 후폭풍을 남긴 채 2심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번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휘말려 옷을 벗었다.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과 휘하 검사는 지방 고검으로 좌천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및 공소유지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 때문이었다.
2013년 4월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이 꾸려졌지만 검찰과 법무부는 선거법 위반 적용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수사팀은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 등에게 선거법 위반을 적용, 기소했다. 하지만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3개월 만에 혼외자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다. 수사팀은 재판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에 트위터 글 121만여건 작성을 추가하다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을 빚었다.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은 징계를 받고 좌천됐고,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사퇴했다.
‘국정원 수사 외압’ 논란을 빚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역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앞서 1심은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의 시기와 내용이 최선이었는지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는 면죄부를 받았지만 매끄럽지 못한 초기 수사로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법원 역시 선거법 위반 파동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선거법에 무죄를 선고한 원 전 원장 1심 판결 이후 이례적으로 현직 부장판사가 내부 게시판에 비판글을 올렸다. 해당 글을 게시한 김동진(46·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원 전 원장은 9일 선거법 위반 혐의 유죄를 받고 법정 구속되기 직전에도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재판받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당황한 듯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고, 마지막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구속영장 서류에 사인하는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부인에게 휴대전화 등 소지품을 맡긴 채 쓴웃음을 짓고는 법정을 빠져나갔다.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9월 풀려난 지 5개월 만에 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9일 오후 1시58분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원 전 원장은 변호인들과 웃으며 악수한 뒤 꼿꼿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재판부가 일부 배척됐던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일부 인정하자 변호인들 얼굴은 점점 굳어졌다. 원 전 원장은 어깨를 들썩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공소유지를 담당한 박형철 대전고검 검사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재판부가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떠나자 40여명 보수단체 회원 등 원 전 원장 지지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원 전 원장 측은 “(항소심 판결이) 상당히 실망스럽다.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대법원에서 바로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나성원 문동성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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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10 02:05 수정 2015-02-10 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