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절대강자 은행이 보험사에 1등 자리를 내주게 됐다. 2013년보다 지난해 수익이 개선됐지만 사상 처음 순이익에서 보험사에 밀릴 전망이다. 은행권이 이자 수익에만 안주하는 사이 저금리로 이자 수익이 줄면서 보험사에 역전을 허용했다.
9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6조2000억원으로 전년(3조9000억원)에 비해 60% 이상 증가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경남 광주 대구 등), 특수은행(농협 산업 기업 등)을 합친 18개 은행의 수익을 합산한 수치다. 하지만 보험업과 비교했을 땐 부진했다.
생명보험사 25곳과 손해보험사 31곳을 합친 56개 보험사의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은 5조1000억원이었다. 업계에서는 4분기에도 1조5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지난해 총 순익은 6조6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1분기 1조5000억원, 2분기 1조9000억원, 3분기 1조700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생보업계의 투자영업이익이 늘었고, 손보업계에선 영업이익 증가와 더불어 보험료 수입 증가로 운용 자산이 늘어 투자영업 이익이 증대됐다.
2000년대 후반만 해도 은행은 보험사의 4배 이상 이익을 내며 보험이 넘볼 수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저금리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예대금리차가 축소돼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79%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NIM은 2010년 이후 꾸준한 하락세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설까지 나오고 있어 올해도 은행은 수익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수익 가운데 이자이익은 90%를 차지한다.
은행들도 이러한 상황을 헤쳐 나가고자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다. 올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부분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글로벌’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려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점을 내기 위해선 해당 국가 당국의 허가가 필요해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며 “선진국의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 인지도나 자금력에서 부족함이 많기 때문에 현지 영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순이익에서 해외 수익이 가장 높은 신한은행조차 지난해 해외 수익 비중은 8.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고 신성장동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은행산업 수익성 회복을 위해 수수료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에 따라 대고객 수수료가 비용개념으로 합리화되고 있는데, 업무대행 수수료를 신규 수요 창출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핀테크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은행이 본연의 중개기능 수행 능력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치(官治)가 중단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석헌·김범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박래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연구팀은 ‘은행 수익성 제고와 비이자이익 활성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은행들이 오랜 관치 금융에 취해 위험을 피하려고 책임경영에 소극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 “당국이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의 전략·상품·가격 선택 폭을 확대하고, 낙하산 인사를 막아 전문성에 기반한 경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손놓고 있던 은행, 보험사에 손들다… 低金利 판을 흔든다
입력 2015-02-10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