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문재인號 출범] 중도·보수층을 우군으로… ‘용광로 정당’ 만들기 과제

입력 2015-02-10 02:13 수정 2015-02-10 18:21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통합이다. 야권은 늘 통합에 목이 마르다. 제1야당 최대 계파인 친노무현계를 이끌고 있는 문 대표 역시 통합의 우물이 필요하다. 문 대표의 정치인생이 걸린 2016년 총선 승리도, 2017년 대선 승리도 내부에서 외부로 퍼져나가는 통합의 리더십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당내 통합, 중도·보수층 확장을 통한 진짜 용광로 정당이 되어야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文), 국민통합의 길 첫걸음 뗐다=문 대표가 9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은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을 돌이켜 보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당내 반발이 불보 듯 뻔하지만 참배를 강행했다. 묵은 숙제를 하듯 전격적이고 빠르다.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문 대표는 국민 통합이라는 단어를 소화해내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대표적인 예로 꼽혔다.

반면 무소속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은 박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강력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특히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의 상호 존중’이라는 통합의 메시지는 중도·보수층을 크게 흔들었다. 문 대표는 안풍의 진원지였던 그 지점에서 새 지도부를 출발시킨 것이다. 같은 친노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공칠과삼(功七過三)’을 이야기하며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평가하는 상황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에 국민통합 행보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고, 문 대표 등 대권 주자들은 이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새정치연합은 총선·대선 과정에서 국민통합과 선명한 야당 정체성을 놓고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게 될 전망이다.

◇김대중·노무현 세력의 조화…친노 패권주의 넘어야=문 대표는 첫 당직 인사인 대변인과 비서실장에 비노(노무현)계를 택했다. 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문 의원 측은 “친노 2선 후퇴” “탕평 신호탄”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경선과정에서 “당직 인사에서 조금이라도 친노를 챙기는 기색이 보이면 당 안팎에서 난리가 나지 않겠느냐”며 “그 순간 저는 실패한 당 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당시 ‘용광로 선대위’가 일회성 쇼로 비춰지면서 실패로 끝났던 것처럼 친노 패권주의 시선을 뛰어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탕평책이 필요하다.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면 야권 분열 가능성도 커진다.

새정치연합은 크게 보면 정권을 창출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의 연합체다. 여기에 ‘안철수 세력’이 더해지면 삼각축이다. 생전에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나의 반쪽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슬퍼했다.

하지만 DJ세력을 상징하는 박지원 의원은 2·8전당대회를 통해 비노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박 의원은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박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국회의원 평당원으로서 강한 야당, 정권교체를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DJ·노무현 세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정부와의 전면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문 대표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파탄’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폭주’라며 박 대통령을 연일 비판했다. 작심 발언이 나오자 새누리당도 흠칫 놀라는 눈치다. 향후 여야가 대립 각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당 지지율이다. 새정치연합이 강력한 대여 투쟁에 나서더라도 당 지지율이 뒤를 받쳐주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싸움만 하는 정당, 대안 없이 발목만 잡는 정당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너무 깊게 치고 들어가 못 빠져나오거나 적전 분열로 주저앉은 예가 적지 않다.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당 지지율 상승 배경으로 “싸우지 않는 정치, 약속을 지키는 정치, 말보다 실천하는 정치에 앞장선 결과”라고 평가했었다.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유능하고 전략적으로 싸우는 제1야당의 모습이 필요하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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