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메시지 강박 버리고 음악, 그 자체에 집중했죠”

입력 2015-02-11 02:05 수정 2015-02-11 18:03
김창완밴드의 리더 김창완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KT&G 상상마당에서 열린 3집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중2’를 연주하고 있다. 김창완은 “용서 자체를 생각하게 하는 앨범”이라고 말했다. 이파리엔터테이니움 제공
“루이 암스트롱의 말이 있는데…. 잠깐만요, 정확한 멘트를 알려줄게요.”

지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 KT&G 상상마당. 3집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막 끝낸 김창완밴드의 리더 김창완(61)을 대기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1990년대 음악이 인기를 끈데 이어 최근 70년대 음악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을 하던 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깥으로 나갔다.

“지금까지 저는 어떤 노래를 할 것이냐, 어떻게 할 것이냐를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득 ‘왜 노래를 하지’라는 질문이 떠올랐죠. 그동안 노래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더라고요. 시대와 장르에 상관없이 노래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있었어요. 그걸 루이 암스트롱이 한 마디로 정의한 말이 있지요.”

대기실로 돌아온 김창완이 대답을 이어갔다.

“‘장르는 중요치 않다. 세상을 멋지게 만드는 건 음악 그 자체다’라고 써 있네요. 남자 화장실에 붙어 있으니 아마 확인 못하실 겁니다.” 그의 말대로 이 건물 여자 화장실에는 이 글이 없었다.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김창완밴드의 3집 앨범에는 김창완의 변화가 담겨 있다. 그는 “왜 음악을 하는지 반성하다 보니 여태까지 음악들이 도발적이고 자극적으로 들렸다”면서 “3집은 강박에서 벗어나 실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김창완이 정의하는 3집 앨범은 ‘김창완밴드의 앨범’이다.

“1집은 막내 동생 사고 이후의 분노, 몸부림, 그런 것을 담다 보니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어요. 2집은 산울림을 계승한다는 각오로 산울림 레퍼토리 리메이크에 주력했고요. 3집은 과거 앨범과 차별화돼 있죠.”

그는 공감이나 메시지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앨범명인 ‘용서’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누구를 용서하고 용서받는다는 동사로서의 용서가 아니에요. 명사인 용서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해서 만들었어요.”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에서는 트럼펫 연주자 배선용의 부드러운 연주가 돋보인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발표한 ‘노란 리본’과 ‘용서’를 연관짓는 것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번 앨범에 ‘노란리본’도 수록됐어요. 이 또한 용서의 일부일 수 있죠. 하지만 앨범 모티브를 용서로 정한 것이 온전히 세월호 사건 때문이라 말할 수는 없어요.”

또 다른 타이틀곡 ‘중2’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노래는 중학교 2학년의 심리적 상태를 가리키는 ‘중2병’을 소재로 현 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꼬집는 곡이다.

“중2를 힐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중2에게 어른들이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라 보면 돼요. 제목 ‘중2’ 뒤엔 ‘미안하다’가 생략돼 있죠.”

몇몇 신선한 시도도 엿보인다. 첫 번째 트랙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는 퓨전국악밴드 잠비나이와의 협업으로 재탄생했다. 잠비나이는 전통악기인 해금, 피리, 거문고를 바탕으로 프리재즈, 포스트록, 하드코어, 펑크 등이 뒤섞인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실력파 뮤지션이다.

“늘 구체화하지 않고 열린 상태로 작업을 합니다. 구체화하면 훼손되는 게 많거든요. 잠비나이와도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곡을 만들어 갔어요.”

또 하나의 신곡 ‘아직은’은 내뱉듯 부르는 보컬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김창완밴드는 앨범 발매를 기념해 콘서트를 이어간다. 12∼14일 사흘간 대학로 공연장에 선 뒤 3월 21일과 28일 서울 홍대와 춘천 KT&G 상상마당에서 공연한다. 장소에 따라 선곡에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