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럽게 걸어온 길 관객이 믿어주더군요”… 개인 누적관객 1억 명 돌파한 오달수

입력 2015-02-11 02:49
‘국제시장’으로 개인 누적관객 1억 명을 돌파한 오달수. 신작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도 특유의 코믹연기를 선보인다. 구성찬 기자

“고속버스 운전기사가 20∼30년 동안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면서 지구를 100바퀴쯤 돈 것과 같다고나 할까요.”

영화 ‘국제시장’으로 한국영화 사상 처음 개인 누적관객 1억 명을 돌파한 배우 오달수(47)의 소감이다. 1300만 관객을 넘긴 ‘국제시장’에 이어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주연 같은 조연으로 나오는 그를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코믹한 얼굴에 허름한 복장을 예상했으나 단정하게 넥타이를 매고 양복을 입은 모습이 다소 어색해 보였다. 그는 “추리닝 입고 사진을 찍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양복 체질은 아니지만 나름 멋있지 않아요?”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조선명탐정’은 어땠느냐고 질문하니 주인공 김명민 얘기부터 꺼냈다. “어떻게 이런 망가지는 연기를 잘 하는지 놀랬어요. 단역부터 온갖 역할을 하면서 무명시절을 오래 겪었기 때문에 자신의 주특기라고 하더군요. 저도 같은 처지여서 공감이 가더라고요.”

연출가 이윤택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한 그는 ‘해적, 디소코왕 되다’(2005)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후 58편에 출연했다. ‘변호사’ ‘도둑들’ ‘국제시장’ 등 1000만 돌파 영화만 3편이다.

여러 영화에 약방의 감초 같은 조연으로 참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고집이 있는 사람이 고집 있는 사람을 찾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 배우는 절대 실망시키거나 배신하지 않을 거 같다는 것이죠. ‘오구’라는 연극을 하면서 ‘문상객 2’ 역할로 1시간 동안 그냥 앉아 있은 적도 있는데 포기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해온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특유의 코믹 연기와 애드리브에 폭소가 터져 나오지만 너무 반복되면 지루해지고 식상하게 마련이다. “그렇죠. 제 얼굴만 보고도 웃는 관객이 있으니 연기자로서 축복받은 거죠. 하지만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철저하게 준비해야죠. 관객들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쪽으로 방향을 돌려야겠지요.”

‘국제시장’의 흥행 포인트를 ‘만남’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그리워하다 애틋하게 만났을 때 감동이 더해지잖아요. ‘조선명탐정’은 즐겁고 신나는 영화입니다. 물론 어린 소녀들이 섬에 잡혀가 고초를 겪는 장면도 있지만.”

숱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요. 최민식의 감방지기인데 애매모호한 연기를 부탁한다고 박 감독이 주문했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했는데 히트를 쳤고 오늘의 저를 있게 한 작품이죠.”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어려운 질문인데요. 죽기 10분전까지 생각해봐야겠네요. 하하. 관객들이 저를 보고 즐거워해주는 것만 해도 감사해요. 다음엔 가슴 울리는 배역을 해보고 싶어요.”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