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9일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실형 선고를 받아 법정 구속됐다. 이는 국가정보기관의 정치 및 선거 개입에 대한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다. 항소심이긴 하지만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정치적으로 엄청난 논란을 빚었던 사건에 대해 일단 야당 손을 들어준 셈이다.
사법부는 지난해 9월 1심 선고에서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한 반면, 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결론지었다. 문제가 된 국정원의 정치 관련 댓글 및 트윗글들이 정치개입에 해당하지만 특정 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선거개입으로는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2012년 8월 20일 이후 이뤄진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을 선거개입으로 보고, 원 전 원장이 이를 지시한 것으로 판결했다. 국가안보 기관인 국정원이 그 조직과 기능을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데 이용했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재판부가 판시한 대로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훼손한 게 분명하다.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이 716개나 된다는 것은 어떤 형식으로든 국정원장의 지시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원 전 원장이 구속에 앞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를 믿어줄 국민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병기 현 국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때 다짐한 대로 ‘정보기관 정치개입’이란 말이 영원히 사라지도록 국정원 조직을 새롭게 정비해야겠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선거운동과 관련해 비록 국정원에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사건 발생 이후 원 전 원장을 온몸으로 엄호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환호성을 올릴 만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문제는 대법원 판결 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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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세훈 법정 구속’은 국정원에 대한 엄중 경고
입력 2015-02-10 02:31 수정 2015-02-10 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