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시동 꺼도 난방… 오염 감축·연료 절약 ‘새 章’

입력 2015-02-10 02:27
정차 중 공회전은 연료를 낭비하고 대기오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택시 등이 손님을 기다리며 장시간 공회전을 하는 행위는 대기 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겨울에는 난방 때문에 시동을 켜두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한 중소기업체가 시동을 끄고도 난방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일명 ‘무시동 난방기’인 이 장치는 가동적산계, 순환펌프, 보조배터리로 이뤄져 있다. 이 장치는 자동차 운행 때 냉각수는 온도가 90도까지 올라가고 시동을 끄면 40분가량 열에너지가 유지되는 원리를 이용한다. 운행 중 충전되는 보조배터리의 전력을 활용, 열에너지를 순환시켜 난방하는 방식이다. 이 장치는 설치비용이 대당 약 40만원이며 부품이 조수석 아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내장형으로 설치된다.

무시동 난방장치는 서울시 대기관리과 유광모(57·공업 6급) 주무관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유 주무관은 2013년 12월 김포공항에 택시 공회전 단속을 나갔다가 꼬리를 물고 늘어선 택시들을 보고 이 장치를 착안했다. 그는 얼마 후 수원의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신성오토텍에 아이디어를 건넸고 시행착오 끝에 무시동 난방장치가 탄생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택시 1대에 이 장치를 설치해 시범 운영한 뒤 지난달 법인·개인 택시 43대에 확대 설치했다고 9일 밝혔다. 시범 운영 결과 택시는 이 장치를 이용해 총 99.2시간을 난방했는데 시동을 켰을 때에 비해 13만1860원(LPG 118.8ℓ)의 연료비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6㎏ 줄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3개월 정도면 설치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시는 오는 4월 15일까지 효과를 종합 분석한 후 설치 대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시는 서울 택시 7만대에 이 장치를 부착해 하루 4시간씩 6개월을 사용하면 총 671억원(연 1342억원)의 연료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따른 사회적 편익비용도 10억8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강희은 서울시 대기관리과장은 “자주 시동을 켜둔 채 장시간 대기하는 전경차나 순찰차 등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전국에 확대하는 방안을 환경부 등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