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특별수당 있나요?”
아르바이트 구인 모집 공고를 낸 PC방 업주 A씨는 지난 8일 구직자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보통 구비조건을 갖춘 뒤 자기소개와 함께 시급 협상에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 구직자는 대뜸 야간 특별수당을 챙겼다. A씨 가게는 5인 미만 영업장이라 야간수당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뜨끔’했다고 한다. 그는 “순식간에 악덕 고용주가 된 것 같았다”며 “솔직히 야간 특별수당까지 주면서 영업하는 자영업자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알바몬 광고 여파가 크다”고 했다.
‘알바몬 광고’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사이트 ‘알바몬’이 최근 내보내는 TV 광고를 가리킨다. ‘알바가 갑(甲)’이란 모토 아래 근로기준법상 알바의 권리를 알리고 있다. ‘최저시급 편’과 ‘야간수당 편’ ‘인격모독 편’으로 구성된 광고는 ‘법으로 정한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5580원’ ‘야간수당은 시급의 1.5배’ ‘고용주의 인격모독을 마냥 참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데 이 ‘입바른 광고’에 영세업자들이 발끈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늘 폐업 위험을 안고 장사하는 처지다보니 ‘권리’만 알리는 광고가 불편한 것이다. 반면 대부분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청소년 알바들은 이 광고에 환호하고 있다. 불황이 빚은 을(乙)과 을의 ‘서글픈 다툼’을 한 편의 광고가 촉발한 것이다.
일부 PC방 업주들은 알바몬 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9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Sajangmon(사장몬)’ 이란 카페를 만들었다. ‘정직한 자영업 사장님들의 모임’을 취지로 내건 이 카페는 하루 만에 60명 이상 가입했다. ‘상시 근로자 수 계산법’ 등 고용 조건을 조언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 카페를 개설한 아이디 ‘cjha****’는 PC방 업주들이 자주 찾는 한 인터넷 카페에 사장몬 참여를 독려하는 글도 남겼다. 그는 “업종을 떠나 자영업 사장들의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 이번 사태를 통해 업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한 만큼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많이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PC방 대표들로 구성된 한국인터넷콘텐츠 서비스협동조합은 지난 4일 알바몬 측에 항의문을 전달했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알바를 고용하는 점주는 갑의 횡포를 일삼는 악의 축이 됐고, 알바는 갑의 횡포에 맞서 투쟁을 벌이는 객체가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야간수당은 대부분 5인 미만의 영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며 해당 광고를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편의점 점주들도 알바몬과의 계약 해지에 나서는 등 반발하자 알바몬 측은 결국 5일 ‘야간수당 편’ 방영을 중지했다.
알바와 영세 자영업자는 고용과 취업, 생존의 전쟁터에서 가장 불리한 입장에 놓인 두 집단이다. 서로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유니온 김민수 대표는 “광고 자체는 고용주가 지켜야 하는 당연한 내용이 들어 있다”면서도 “다만 ‘알바가 갑’이라기보다는 서로 돕는 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하고 부당한 관계가 먹이사슬처럼 아랫사람에게 전가되다 보니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저항이 생기고 있다”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을인 만큼 구조적 문제를 함께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기획] 乙과 乙의 ‘전쟁’… 알바몬 ‘알바가 甲 참지 마라’ 광고, 영세업자 반발
입력 2015-02-10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