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버젓이 어린이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쳐나온 ‘어린이집 전문 털이범’이 붙잡혔다. 이 범인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만 노렸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보름간 10차례 범행을 저지르며 한번도 출입을 제지당하지 않았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강모(46)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달 16∼30일 어린이집 7곳과 어린이 음악학원, 보습학원 등에 몰래 들어가 10차례 11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신용카드 등을 훔쳤다.
강씨는 5년 전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일용직을 전전하다 얼마 전 일자리를 잃었다. 경기도 성남의 고시원에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던 중 올해 초 어린이집 폭력사건 관련 뉴스를 보게 됐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도 어린이집을 턴 적이 있는 데다 언론을 통해 아직까지 CCTV가 없는 어린이집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보안이 허술한 어린이집들은 전문 절도범인 강씨에게 속수무책으로 털렸다. 경찰이 입수한 CCTV 화면에서 강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어린이집 출입문을 밀고 들어갔다. 수업이 한창인 한낮의 어린이집 입구에는 잠금 장치조차 걸려 있지 않았다. 경비원 등 관리자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곳 중 어느 한 곳도 출입통제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집 내부를 어슬렁거리다 한 여자 어린이와 마주치기까지 했다. 어린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곧바로 그 옆 사무실에 들어가 재빠르게 금품을 훔쳐 나왔다. 교사들이 어린이들을 돌보는 동안 사무실을 비워 놓는다는 걸 노렸다.
강씨는 이렇게 훔친 신용카드로 인근 금은방에서 100만원 미만의 귀금속을 산 뒤 다른 지역 금은방에 되파는 수법으로 현금을 만들어 썼다. 최근 어린이집 교사들의 일탈 행위가 연이어 드러난 데다 모텔과 유흥업소가 밀집한 골목에 들어선 서울 영등포구의 어린이집을 놓고서도 논란이 일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어린이집이 이런 상황에 놓인 것은 부실한 영유아보육법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어린이집은 범죄에 노출되기 가장 쉬운 장소 중 하나지만 어린이집 설치·유지를 다루는 현행법에는 출입통제시스템과 안전관리요원 배치 등에 관련된 규정이 없다. 어린이집 설치 신청서를 접수받은 해당 지자체가 각종 시설을 현장에서 확인하도록 하는 데 그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과 아이들만 있는 어린이집은 남성 관리자와 출입통제장치를 필수적으로 갖추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아이들 수업 중인 대낮에… 어린이집 전문 털이
입력 2015-02-10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