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고개’로 여겼는데 ‘태산’ 된 청문회… 이완구 오늘부터 인사청문회

입력 2015-02-10 02:44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강성 친노(친노무현)계가 주축이 된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지도부의 첫 정치 일정이어서 여야 관계의 향배를 가를 중대 분기점이자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로서는 취임 일성으로 던졌던 ‘전면전’의 첫 무대이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의 파상 공세를 극복하는 시험대여서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다.

유 원내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이번 주는 무엇보다 (10∼11일로 예정된)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원활히 진행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결과에 따라 향후) 국정 공백이 생기느냐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야당에) 이 문제를 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의총장에 들어서기 전 “야당 원내지도부와 비공식으로 접촉해 보겠다”고도 했다. 여당은 일단 총리로서의 직무수행 능력은 입증된 만큼 청문회에서 해명을 들어보자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그러나 야당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이 후보자는 오랫동안 야당과 카운터파트로 일하며 협력관계를 쌓았던 만큼 애초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청문회 준비기간 돌출 쟁점이 잇달아 터져나오면서 이미 야당 내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상태다.

특히 야당에 강성 지도부가 등장하면서 공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문 대표는 오후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병역 기피, ‘언론통제’ 의혹 등을 거론하며 “과연 그분이 총리로 적격인가 하는 의문을 국민이 갖게 됐다”고 강도 높은 청문을 예고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짓밟는 반헌법적 인사”라며 자진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은 다만 청문회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한 뒤 경과를 보고 당론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에게 ‘책임 총리’로서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후속 부분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인준 이후로 미뤄둔 상태다. 야당이 이 후보자의 총리 인준을 공식 반대하고 나설 경우 설 명절 전 개각을 진행해 여론 반전을 꾀하려는 정치 스케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송곳 검증’으로 이 후보자의 상처가 더 벌어질 경우 ‘총리 개각 효과’를 모조리 까먹을 수도 있다. 여당이 전면 방어전을 펼쳐 이 후보자가 생채기 없이 인준을 받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할 경우에도 여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을 수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야당 협조 없이 표결로 인준을 강행할 경우 여야 관계는 극한 대치 상태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 활성화 법안을 비롯해 올해는 증세·복지 논쟁, 개헌 논의, 선거구제 개편 등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민감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서 박지원 의원을 근소한 표 차이로 이긴 만큼 대여 강경 투쟁을 통해 당내 분란을 불식시키려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표는 ‘선명 야당’을 강조하며 박근혜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이미 각을 세운 상태다.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을 감안할 때 문 대표의 대여 강경 모드는 점차 강화될 가능성도 크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