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대통령 증세 불가론에만 매달릴 이유 대체 뭔가

입력 2015-02-10 02:40 수정 2015-02-10 09:32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권의 증세 공론화에 관해 작심하고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모습은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박 대통령은 9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의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했느냐, 이것을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것을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제 활성화가 되면 세수가 자연히 더 많이 걷히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지도부도 요구한 정책 기조 수정을 일축하는 답변이다. 여야 공히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한 ‘증세 없는 복지’ 원칙을 나홀로 고수하겠다는 아집이나 다름없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야당이 법인세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여당은 꼭 증세를 하자는 입장이 아니다. 복지와 증세를 성역 없이 원점에서 논의해보고 복지지출 구조조정을 하거나 국민 동의를 구해 증세를 하자는 것이다. 그간 금기시돼왔던 증세에 관해 논의의 물꼬를 터보자는 취지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언급은 증세 공론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의지도 있고 노력도 하는데 여야가 외면하고 있다며 ‘배신’이란 단어를 동원해 남 탓을 한다.

물론 부동산 3법 외에 아직 처리되지 못한 경제 활성화 관련법이 국회에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국회를 통과해도 경제가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경기가 조금 살아난다고 해도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복지에 드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불투명한 세수 증대를 기대하는 장밋빛 전망은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하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지하경제 양성화, 지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축소 등 재정 확충 분야의 결과물은 미흡했다. 부양책도 숱하게 나왔지만 경기는 지지부진하다. 세수는 3년 연속 펑크가 날 정도로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다. 그렇기에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파동 등에서 보듯 꼼수 증세를 한 것 아닌가. 복지 수요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된다면 솔직해야 한다. 증세 문제가 당리당략을 떠나 진지하게 논의돼야 할 이유다. 늦었지만 박 대통령의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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