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노 前대통령 묘 참배 약속” 文 “환대하겠다”

입력 2015-02-10 02:45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가 9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을 찾아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국회에서 만났다. 문 대표 취임 후 첫 회동이다. 동년배에 부산에서 나고 자라 경남중을 졸업한 두 사람은 영화 ‘국제시장’을 화제 삼아 대화를 주고받았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복지·증세, 공무원연금 개혁 등 현안에 대해선 입장차가 뚜렷했다.

김 대표는 오전 11시30분쯤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에 먼저 도착해 문 대표를 맞았다. 김 대표는 문 대표의 손을 맞잡고 축하인사를 건넨 뒤 “추운 날씨에 현충원에 다녀오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도 참배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빠른 시간 내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묘도 참배하겠다”고 약속했고, 문 대표는 “잘 준비해서 환대하겠다. 아마 노 대통령도 기뻐할 것 같다”고 화답했다.

뼈 있는 농담도 오갔다. 김 대표가 “여당이 더 양보하겠다”면서 ‘야당이 무리한 요구만 안 하면’이란 단서를 달자 문 대표는 “(여당이) 이제는 조금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는 복지·증세 논란이 테이블에 올랐다고 한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세수 부족이 계속돼 복지를 더 늘리기는 어렵다. 중복 지출, 부조리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문 대표는 “복지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고 한다. 김 대표 역시 “하던 걸 어떻게 줄이겠느냐”고 전제한 뒤 “다만 불필요한 부분을 드러내자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를 당부했지만 문 대표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급하게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은 상생정치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각각 여야 대표로서 지켜야 될 정체성이 있다는 점을 거론하긴 했지만 “대화로 풀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문 대표는 특히 “쟁점도, 다툼도 없는 법안이 함께 발목 잡힌 일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런 것은 분리해서 효율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표는 “자주 만나자. 그래야 일이 풀리더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김 대표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 문 대표의 본가가 있다는 인연이 언급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 취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문 대표의 ‘전면전’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왔다. 초·재선 쇄신모임인 ‘아침소리’는 “박근혜정부와의 전면전 발언은 대통령에 대한 협박이며 국민에 대한 으름장”이라며 “문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