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채금리 줄줄이 ‘지하실로’

입력 2015-02-10 02:50
초저금리 현상 탓에 선진국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내에서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증시와 파생상품으로 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24개 선진국의 국채 발행 잔액 33조 달러 가운데 4조 달러(12%)가 마이너스 금리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현상을 영미권에서는 ‘ZYNY’(zero-yield to negative-yield: 제로 금리에서 마이너스 금리로)라는 신조어로 줄여 부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난 나라는 모두 10개국이다. 5개국은 국채 금리가 0%대이거나 마이너스 금리를 나타냈지만 회복했다. 마이너스 금리 국가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 대부분 유럽 국가지만, 일본도 단기물 중심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보이고 있다.

독일 2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연일 경신하며 지난 5일 -0.200%까지 떨어졌다. 스위스 국채 금리는 단기물이 먼저 마이너스 수익률로 떨어진 데 이어 10년물까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자가 이자를 받기는커녕 마이너스 금리만큼 돈을 떼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로 금리는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수년간 이어지면서 시장에 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하강에 대한 공포로 안전자산인 선진국 국채를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자금을 지킬 수 있다는 ‘안전성에 대한 수수료’를 선진국 정부에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도 저금리 탓에 뭉칫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다니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투자자예탁금이 18조317억원을 기록하며 1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파생결합상품 등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돈이다.

투자자예탁금이 18조원을 넘은 것은 2013년 9월(18조5115억원) 이후 처음이다. 저금리 기조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대체 투자처를 찾아 흘러들어온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예금으로는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탓에 주식거래활동계좌수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1981만여개였던 활동계좌수는 올해 2005만여개로 집계됐다.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파생결합상품 발행량도 최근 들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1월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은 각각 1578건, 267건 발행됐는데 지난달에는 각각 1088건, 307건으로 늘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