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연합, 수준 있는 야당의 길 추구하라

입력 2015-02-10 02:50 수정 2015-02-10 09:55
2·8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9일 첫 공식 행사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방명록에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고 썼다. 전날 기자회견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건국의 공로와 산업화의 공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야당 지도부가 참배한 것도 처음이고, 문 대표가 지난 대통령 선거 후보 때에도 두 전직 대통령 묘소 참배를 거부했던 것과 비교한다면 의미 있고 긍정적인 변화다.

문 대표는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 서 있다. 그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제1야당의 운명이 달려 있다. 우선 싸늘하게 외면한 국민들의 시선을 어떻게 돌아서게 만드느냐를 근본부터 고민해야 한다. 제로에 가까운 대표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고착화된 낮은 지지율은 제1야당의 비참한 현실이다. 뼛속 깊숙이 박혀 있는 진영 논리, 정권 탈환보다는 계파 이익과 차기 총선에 매몰된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운동권 패권주의와 폐쇄성, 편협한 외부 수혈 통로 등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갖고 있는 고질병이다. 그러니 ‘끼리끼리만 어울리는 웰빙 야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문 대표는 가장 먼저 ‘그들만의 야당’이 아닌 ‘국민들의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정권에 대한 견제·비판과 함께 국가적 어젠다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책을 성실하게 제안하는 것이다. 일례로 공무원연금 개혁은 피해갈 수 없는 국가적 현안이다. 그런데도 내년 총선 때문에 표가 무서워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 비겁한 일이다. 대선 때 여야가 무책임하게 내놓은 무상복지 시리즈도 재정 건전성을 감안해 합리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당시 제시한 수치와 지금의 현실을 대조, 합리적으로 개선해보겠다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이 야당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좀더 열린 야당을 만들어 수권정당으로서의 질(質)을 높이길 바란다. 폐쇄적·배타적인 지금의 운동권 조직 같은 정당으로는 실력 있고 소신 있는 인물들을 절대로 포용할 수 없다. 야당이 선명성만으로 연명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정부 여당을 견제하는 바탕 위에 정책을 만들어내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계파 이익 주장만 있고 책임을 진다는 자세가 없다면 신뢰도 없다.

야당이 제대로 역할을 해야 정권도 긴장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이익도 확대된다. 야당이 제 잇속만 챙기고 제 역할을 못하니 정권이 TK 검찰 수뇌부 같은 극심한 편중 인사를 하고 국민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만년 야당으로 가느냐,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가느냐는 전적으로 문 대표의 리더십과 방향 설정에 달려 있다.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