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동림(東林)옹’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가 미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미 해군 SEAL팀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다룬 이 전기영화는 지난 2일 현재 북미에서만 2억5000만 달러의 수입을 기록해 전쟁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수립 중이라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쟁은 인간사 최악의 비극임에도 영화의 주제나 제재(題材)로 그만이다. 전장의 공포와 흥분, 희망과 절망, 인간의 야수성과 인간애 등 온갖 극한상황과 상반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가 하면 현란한 액션과 스펙터클 같은 ‘구경거리’가 넘친다. 실제로 ‘글래디에이터(2000)’가 보여준 로마군 대 게르만족의 전투에서부터 ‘지상최대의 작전(1962)’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가 그려낸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치열함과 처참함, 그리고 ‘지옥의 묵시록(1979)’과 ‘플래툰(1986)’이 상기시킨 베트남전의 참혹한 기억까지 전쟁영화라고 해서 누가 감히 폄하할 수 있을까.
이외에도 명작이라 할 전쟁영화들이 많다. 그런데 이를 시대별로 분류하면 제2차세계대전 영화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비해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는, 특히 걸작이라고 할 작품은 극히 적다. ‘포크 촙 힐(1959)’ 정도가 눈에 띌 뿐 ‘MASH(1970)’나 ‘인천(1981)’ 같은 영화는 ‘졸작’에 ‘최악’으로 꼽히기 일쑤다. 미군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던데 한국전쟁에 관한 걸작 영화를 보고 싶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6) 전쟁영화의 아이러니
입력 2015-02-1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