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3년여간 전국 7336곳 건설 현장에서 무면허 업체들이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면허도 없이 버젓이 공사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기업형 면허대여업자’들이 있었다. 경찰은 수백억원 부당 이득을 챙긴 대여업자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금품을 받고 건설업 등록증(면허)을 빌려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면허대여업자 이모(60)씨 등 4명을 구속하고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면허를 갖춘 법인을 만든 뒤 이를 이씨 등에게 양도한 브로커 허모(37·여)씨 등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은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7336차례 면허를 빌려주고 건당 200만∼300만원씩 모두 186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로부터 면허를 빌려 무면허 건설업체가 시공한 공사 규모는 4조200억원에 달했다. 주로 시공한 것은 오피스텔, 연립주택, 원룸형 건물 등 전국의 중소규모 주거형 건물이었다. 수백만원씩 면허대여 비용으로 쓰다보니 부실시공 우려가 크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씨 등은 대여 수수료를 챙기고 법인을 폐업하는 수법으로 매출 신고를 누락했다. 탈세액은 8100억원에 달했다. 무면허 건설업자는 법인 명의만 빌려 공사한 뒤 자취를 감췄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2월 대학생 200여명이 죽거나 다쳤던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 역시 이렇게 면허를 빌린 무면허 업자가 시공했다”며 “무면허 업체가 신축한 건물은 빌린 명의로 착공 신고를 하기 때문에 완공 후 하자가 발생해도 보수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의 정보가 지자체 사이에 공유되지 않아 면허가 없을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를 적발하기도 어렵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부실시공 왜 많나 했더니… 건설면허 7336번 불법 대여
입력 2015-02-10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