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케아 ‘공짜 연필’ 바닥났다고 “국가 망신” 잇단 글… ‘우리 탓’‘자기비하’ 씁쓸

입력 2015-02-10 02:37

[친절한 쿡기자] 한국 네티즌들이 다국적 가구유통업체 이케아의 첫 한국 매장에 놓인 공짜 연필(사진)이 모두 사라졌다는 소식에 뜨끔해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근성은 어쩔 수 없다”며 자기비하까지 서슴지 않는데요. 과도한 규율의 잣대를 대는 건 아닌지 씁쓸한 생각마저 듭니다.

이케아 연필 논란은 8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기로 시작됐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케아에 갔는데 연필이 없었다”면서 “직원이 ‘다른 나라에서 2년 동안 쓸 양이 한국에서 2개월 만에 없어져 더 이상 연필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정말 창피했다”며 “(이케아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걱정했습니다. 이케아는 구매목록을 적는 데 사용하라며 매장 곳곳에 미니 연필을 놓습니다.

이 글은 순식간에 시민의식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500여회 추천을 받았는데 반대는 4회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은 “국가 망신”이라며 얼굴을 붉혔습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나라를 거론하며 “거기 매장에도 연필이 많았다”고 비교했습니다. 일부는 ‘걷기대회 공짜 빵을 싹쓸이하고’ ‘동네 목욕탕 수건을 몰래 가져가는’ 사람을 봤다는 경험담을 공유하며 시민의식 깎아내리기에 동참했습니다.

로고가 적힌 연필을 가져가는 행위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의견을 남긴 네티즌에게는 인신공격성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이케아 연필 거지’ ‘코스트코 양파 거지’가 한국인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고 말하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양파를 집으로 가져갔던 사람도 뒤늦게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케아 연필 논란을 접한 이케아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재 경기도 광명매장의 연필이 떨어진 건 맞지만 물량이 확보되면 다시 제자리에 놓을 거라네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연필이 없어졌느냐는 질문에는 아예 집계조차 안 한다고 했습니다.

‘개념 없는’ 한국 소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에 이케아는 오히려 많은 고객이 매장을 찾았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연필은 기념품으로 가져가도 괜찮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요즘 일부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자기 규율에 사로잡힌 사람이 많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을 과도하게 질책하고 훈계합니다. 온라인에만 사는 선비 같다고 할까요. 이들도 알고 보면 남에게 상처 주는 ‘악플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