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산유국이 건설 투자를 줄이자 해외수주 중 절반 이상이 중동에 몰려 있는 우리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9일 지난해 해외 건설로 벌어들인 돈을 171억 달러(18조7000억원)로 집계했다. 2013년보다 16.1% 줄어든 액수로 국제수지의 건설 수입이 감소한 것은 4년 만이다. 2010년에 전년 대비 17.7% 줄어든 119억8000만 달러였던 국제건설 수입은 2011년 154억8000만 달러, 2012년 197억1000만 달러, 2013년 203억7000만 달러로 증가 추세였다.
1990년대부터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중동에서 진행된 건설 붐은 한국 건설사들 입장에서 ‘제2의 중동특수’였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에서 산유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51.7%로 추산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수개월 사이 반토막나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지만 최근 50달러 안팎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에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중동 지역 국가들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취소·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업계는 유가 하락 이후 취소된 중동의 건설 프로젝트 규모를 총 260억 달러로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앞으로 1년간 라스 타누라의 클린퓨얼 및 아로마틱스 프로젝트의 재입찰을 중단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젝트는 20억 달러가 투입될 계획이었다. 또 지난해 해외 건설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140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 사업도 발주 일정이 무기한 미뤄졌다.
문제는 추가적인 발주 취소까지 예상된다는 점이다. 올해 건설 수입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산유국들이 발주를 줄줄이 취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산유국 발주처로서는 자금이 줄어들게 돼 공사대금 지급을 늦추고 장기적으로는 신규 발주를 대폭 줄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 비중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도 건설사들이 국내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액을 전년보다 17.7% 증가한 107조4664억원으로 집계했다. 국내 건설 공사 수주액은 이명박정부 5년 내내 100조원을 넘겼지만 박근혜정부 첫 해인 2013년 공공공사 발주 감소로 91조3069억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민간부문 주택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21.0% 늘어난 66조7361억원을 수주했다. 공공부문 수주액은 40조7306억원으로 전년보다 12.6% 증가했다. 대형 국책사업은 없었지만 도로 교량, 철도 궤도 등 지자체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 물량이 증가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기획] 저유가 직격탄… 해외건설 수입 뚝
입력 2015-02-10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