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어포더블 하우징

입력 2015-02-10 02:10

지금 미국 뉴욕시는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 논란이 한창이다. 과거 우리의 장기임대주택이나 이명박정부의 보금자리주택, 현 정부의 행복주택 개념과 비슷한 이 용어는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 서민을 위한 주거 공간이다. 미국은 도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980년대 이후 각 주법에 따라 주택건설업자들이 일정 비율 이상 이 주택을 지을 경우 혜택을 주는 등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어포더블 하우징이 새삼 관심을 끈 것은 지난 3일(현지시간)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이 신년 연설에서 향후 10년간 20만 가구의 건립을 공언하면서부터였다. 서민 주거난 해소를 가장 주요한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며 당선돼 지난해 1월 취임한 그는 신년 연설을 통해 모든 역량을 쏟아 올해부터 서민주택 건설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도 6일자 사설에서 그의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뚝심과 설득력이 필요하다며 관심을 표명했다.

실제 더블라지오가 추진하는 주택정책 중에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뉴욕시에서 개발사업을 위해 용도변경을 하려면 어포더블 하우징을 반드시 일정 비율 이상 짓게 한다거나 세입자의 강제퇴거나 집주인의 횡포를 막기 위한 예산을 현재보다 3배 늘린 3600만 달러나 편성하는 등 지나치게 친서민 위주의 주택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슬럼화가 심화된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새해 들어 우리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이달 초 서울의 전셋값은 33주 연속 상승했고 매매가도 오름세다. 거래량은 지난 1월 현재 정부가 월간 거래량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질 것이란 징후들이다. 그럼에도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행복주택은 발표만 요란할 뿐 실적은 미미하다. 정부는 은행 돈 빌려 집 사란 소리만 하고 있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